기사제목 [연재-Vet다이어리] 1화. 학범아, 네가 한 번 키워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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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Vet다이어리] 1화. 학범아, 네가 한 번 키워볼래?

고양이님, 저랑 살 만하신가요?
기사입력 2017.06.19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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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필용 책표지이미지.jpg▲ 저자 이학범| 팜파스 | 2017.06.20. | 14,800원
 
 

이학범 수의사(서울대 수의과대학 졸업/데일리벳 대표)가 자신의 10년치 집사일기 고양이님, 저랑 살 만하신가요? 출간하고 고양이신문 독자들에게도 그 내용을 공유합니다.
 
‘고양이님, 저랑 살 만하신가요?'는 동물병원에서 만난 유기묘 루리와 초보집사의 기막힌 동거 사연을 수의사의 전문지식과 함께 풀어낸 책으로, 고양이와의 삶에 대한 궁금증 해결뿐만 아니라 지식까지 얻을 수 있는 ’묘책‘이 되어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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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학범아, 네가 한 번 키워볼래?
 
지금 집에서 당당히 서열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코숏 삼색이 ‘루리’는 2008년 우리 가족의 품으로 왔습니다. 제가 수의과대학 본과 2학년이었던 여름 방학 때의 일이었지요. 당시 저는 방학을 조금이라도 알차게 보내고자 집 근처에 있는 선배의 동물병원에 실습을 나갔습니다. 당시에는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 않았던 시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습을 나갔던 그 병원은 다른 병원보다 유독 고양이 진료 비율이 높았습니다. 아무래도 여러 마리의 고양이를 길렀던 원장님의 영향이 컸던 듯싶습니다.
 
동물병원 실습 동안 매일 수의사 선배님들의 뛰어난 실력을 보면서 ‘나도 저렇게 훌륭한 수의사가 될 수 있을까?’ 하며 감탄만 하던 어느 날, 진료 마감 시간이 다 되어 한 아주머니가 작은 고양이 한 마리를 데려왔습니다. 아주머니 손바닥에 쏙 들어갈 만큼 작고 귀여운 고양이였죠. 태어난 날을 정확히 알진 못했지만, 눈도 못 뜬 상태인 걸로 봐서 아마 태어난 지 10일도 채 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필 그날은 비가 많이 오던 날이라 그 작은 고양이는 온 몸이 젖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참 신기하게도 불쌍하다는 생각과 함께 그냥 막연히 저와 인연이 될 것만 같은, 설명하기 어려운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주머니는 원장 선생님께 동물병원에 고양이를 데려올 수밖에 없었던 자초지종을 천천히 설명했습니다. 집 근처에서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서 나가봤더니, 작은 고양이 한 마리가 비를 쫄딱 맞은 채 혼자 울고 있어서 가만히 두면 죽을 것 같다는 생각에 그대로 동물병원까지 데려왔다고 했습니다.


 
크기변환_프로필 사진2.jpg▲ 루리와 이학범 수의사
 
 
새끼 고양이를 키워본 사람은 알겠지만 새끼 고양이의 슬픈 울음소리를 무시하는 건 무척 어려운 일이니까요. 그렇게 아주머니는 그 작디작은 새끼 고양이를 가엽게 여겨 동물병원까지 데려왔습니다. 하지만 동물병원에서도 유기동물 또는 유실동물을 모두 받을 순 없습니다. 원칙적으로는 동물병원이 아닌 시청의 동물보호 담당 부서에 연락을 취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럼 담당 공무원이나 포획업자가 나와 동물을 데려갑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유기동물 또는 유실동물을 발견했을 때 시군구청에 문의해야 한다는 사실을 몰라서 우선 동물병원으로 데려오는 경우가 꽤 많습니다. 아주머니처럼 말이지요. 이럴 경우에 수의사들은 정식으로 담당 공무원을 연결해주기도 하지만, 간혹 안타까운 마음에 동물을 그냥 병원에서 보살피기도 합니다. 동물을 좋아해서 수의사가 된 사람들이니 불쌍한 동물을 못 본 척 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웬만한 동물병원에는 ‘공밥이’들이 기본적으로 한두 마리 이상씩은 있답니다. 원장님께서 아주머니께 병원에서 고양이를 받기 어렵다는 설명을 하려는 찰라, 원장님과 제 눈이 딱 마주쳤습니다. 그러고는 원장님께서 제게 던진 한 마디,
 
“학범아, 네가 키워볼래?”
 
그렇게 루리와 저의 인연이 시작됐습니다.
 
‘고양이는 자신을 돌봐 줄 집사를 직접 선택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고양이 보호자들 사이에서는 꽤 유명한 말입니다. 아마 그때 루리도 저를 집사로 선택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루리를 처음 본 순간 제가 느낀 그 이상야릇했던 감정은 아마도 루리와 제가 인연이 될 거라는 운명의 느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저는 그날 바로 루리를 집으로 데려왔습니다. 물론 집에는 부모님과 누나, 그리고 반려견 ‘마니’도 있었습니다. 마니 역시 유기견 출신으로, 루리보다 몇 년 먼저 우리 가족이 되었죠.
 
동물을 처음 입양하는 분들에게 꼭 하는 말이 있습니다. 동물을 입양할 때는 혼자만의 선택으로 입양을 결정할 것이 아니라 ‘반드시 모든 가족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당연한 말이기도 하지만, 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말이기도 합니다. 저는 그날 가족의 동의를 전혀 구하지 않고 갑자기 루리를 집에 데려왔다가 부모님에게 엄청난 꾸중을 들었으니까요.
 
부모님은 루리를 보자마자 “강아지도 키우는데 고양이까지 데려오면 어떻게 하냐.”, “고양이는 무서워서 쳐다보기도 싫다.” 등의 말을 하며 저를 나무라셨죠. 지금의 부모님은 고양이를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그 당시에는 고양이에 대한 일반적인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고양이는 요물이다.’, ‘모든 고양이는 도둑고양이다.’와 같은 선입견들 말입니다. 심지어 어머니는 ‘눈이 무서워서 고양이가 싫다’고까지 말했습니다. 부모님 뿐 아니라 연세가 어느 정도 있는 분들에게 고양이는 선입견 그 자체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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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루리는 집에서 초대 받지 못한 손님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작은 생명을 길로 다시 돌려보낼 수는 없으니 그때부터 우리 가족은 어쩔 수 없이(?) 루리 돌보기에 투입되었습니다. 가족 구성원 모두가 집을 비울 때는 구성원 중 한 명이 루리를 데리고 외출해 시간에 맞춰 우유를 먹이기까지 했지요. ‘루리’라는 이름은 제가 초등학교 때 키웠던 요크셔테리어의 이름이었습니다. 사실 루리의 뜻은 간단합니다. 이 씨인 제 성을 이어받아 뭔가를 이루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어릴 때 키웠던 요크셔 루리도, 고양이 루리도 이름처럼 뭔가를 이루지는 못하더군요, 하하. 그렇게 고양이를 싫어하던 부모님은 아침마다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챙겨주는 캣대디, 캣맘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주변 사람들에게 강아지 말고 고양이를 키워보라고 적극 권장하는 고양이파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루리의 매력에, 고양이의 매력에 푹 빠진 것입니다.
 
당시 저는 수의대 학생이었지만 고양이에 대해 아는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저 루리를 데려올 때 원장님이 챙겨준 패드와 고양이용 우유가 제가 가진 전부였지요. 젖병에 우유를 담고 작디작은 루리를 손에 안아 직접 우유를 먹였습니다. 눈도 못 뜬 작은 생명체가 어찌나 세게 젖병을 빠는지, 생명이란 참 위대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하루에도 몇 번씩 우유를 먹이고 나서 30분~1시간 뒤에는 생식기 부분을 살살 만져 소변과 대변을 보도록 유도했습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제가 루리를 들고서 생식기 부분을 만져 직접 변기 안으로 대소변이 떨어지게끔
하기도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루리를 변기에 떨어뜨릴 수도 있는 위험한 행동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 번은 루리가 분유를 먹으면서 냈던 그르렁그르렁(가릉가릉)소리를 듣고 초보 고양이 집사였던 저는 분유가 기도도 들어가서 내는 고통스러운 소리라 생각하고 크게 놀랐습니다. 수의대 학생이었지만 그게 소위 ‘골골송’이라는 것도 모르고, 그저 우유가 기도로 들어간 줄 알고 루리가 죽을까 봐 걱정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만큼 저는 고양이 집사로서의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상태로 일단 루리를 키우기 시작했던 거죠. < 2화부터는 지면 신문에만 연재됩니다 >
 
글/사진 이학범 수의사 (www.dailyv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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