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인터뷰] ‘고양이 그림일기’ 이새벽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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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고양이 그림일기’ 이새벽 작가

집사와 두 냥이들의 잔잔하고 아름다운 사계절
기사입력 2017.06.26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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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만드는 시간보다, 고양이가 만드는 시간이 훨씬 좋아요“
“동물들을 위해 기꺼이 맘을 여는 사람들이 있어 행복합니다”
 
크기변환_11면 메인.jpg▲ ⓒ 이새벽
 
 
 
이새벽 작가의 본인 소개는 참 간단했다. ‘고양이와 식물을 기르며 기록하는 일러스트레이터’
 
몇 살인지, 어떤 모습인지 전혀 모른 채로 그가 그린 300쪽짜리 ‘고양이 그림일기’를 읽었다. 꽤나 두툼한 책이었지만 첫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꽃과 나무 가득한 작가의 정원으로 몸이 둥실 날아갔다. 그 옆엔 아웅다웅 두 마리 고양이가 있고 본 적도 없는 은방울꽃, 바람꽃, 멍석 딸기가 눈앞에 피어났다. 게다가 냥이들의 코고는 소리가 빗소리처럼 들려오는 이 책은 전면이 분명 흑백 일러스트인데도 모든 것이 파스텔톤으로 채색돼 머릿속에 저장되고 있는 게 아닌가.
 
독후감을 쓰자면 한마디로 독자들이 그의 책을 보셨으면 한다는 것. 이런 직설적 추천은 하지 않는데 이번만큼은 예외다. 그의 그림과 글에 담긴 감성은 소소하고 잔잔하지만 오히려 그 절제됨이 마음속 깊게 파고들어 뜻밖의 감정들을 끄집어낸다. 특히 아기 때부터 보듬어온 장군이를 사고로 떠나보낸 후 그가 그린 일상은 그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아 더욱 애잔했다.

크기변환_▲흰둥이와 장군이.JPG▲ 흰둥이와 장군이
 
 
Q 어디 살고 계세요 작가님?
     
강원도에 있습니다. 작은 마당이 딸린 주택에서, 오가는 고양이들을 신경 쓰고 있습니다. 밥 주기가 편해요.
 
 
Q 책에 보니 화실도 운영하고 계시는 것 같은데요?
 
책을 쓸 때는 화실에서 일했고, 지금은 그만뒀어요. 다행이었어요. 저는 아이들은 좋아하지만 그다지 좋은 선생은 아니었거든요. 아이들이 잘못해도, 혼내는 방법을 몰랐어요. 아이들이 싫어하는 주제가 나오면, 그걸 그리게 하고 싶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해서는 기초를 세울 수가 없었어요.

 
Q 솔직한 선생님이셨네요. 고양이뿐 아니라 식물도 많이 키우고 계시죠?
 
어려서부터 식물을 좋아해서, 집근처 산이나 어르신들이 가꾸는 밭에 자주 가 있었어요. 옮겨 다니며 살아서 진득하게 식물을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되지 못해, 다 커서 식물을 키우게 됐는데, 어릴 때부터 그런 기회가 있었더라면 그림을 안 그리고 식물에 관련된 일을 하게 됐을 것 같아요.
 
사진 속 식물들은 제가 키운 것인데, 이사할 때가 되어서 지금은 이웃 분들에게 많이 나누어 드렸습니다. 키우는 것보다 더 힘이 드는 일이었어요.

크기변환_▲이새벽 작가가 키우는 식물들.JPG▲ 이새벽 작가가 키우는 식물들
 
 
 
Q 반려묘 장군이와 흰둥이를 닮은 식물이 있을까요?
 
잘 모르겠어요. 식물과 고양이는 굉장히 다른 시간을 살아서 딱 들어맞게 닮은 식물을 떠올리기는 힘들어요. 장군이는 식물보다는 물이나 바람, 공기, 구름 같은 더 거대한 자연을 닮은 고양이였어요. 시적인 비유 같지만, 저는 같이 지낼 때 문득문득 그런 생각을 했어요. 정서가 그랬거든요. 까칠했지만, 내면은 굉장히 안정되어 있고 조용해서 주변 사람들한테도 그런 안정감을 줬어요.
 
흰둥이는 찔레과 식물들이 떠올라요. 찔레과 식물들은 새순 올릴 때 성급하고 빠르게 올립니다. 식물에게 성급하다는 단어는 잘 어울리지 않지만, 찔레과는 가끔 그렇게 행동할 때가 있어요. 번식시키려고 장미가지를 잘라서 모래에 꽂아두면, 뿌리를 내리지 않고 새순부터 급하게 올려서 힘을 다 쓰고, 그대로 죽어버리기도 합니다. 그런 장미도 있고 그렇지 않은 장미도 있지만, 다른 식물들에 비해 그 비율이 더 높아요. 그렇게 행동하려고 하는 거지요. 그래서 야생찔레 새순에는 성장호르몬이 많아 새순을 아이에게 먹이면 키가 큰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흰둥이는 조금 그런 고양이예요. 영리한 편인데도, 내면에 충동 같은 게 있어서, 무모하고 바보 같은 짓을 가끔 합니다.

 
Q 고양이 그림일기처럼 식물일기도 있나요?
 
식물에 대한 책도 쓰고 있었어요. 장군이가 워낙 식물을 좋아하던 고양이라, 관련된 글을 쓰지 않는 게 오히려 더 어려웠습니다. 그렇게 작업하던 중 장군이가 세상을 떠나게 되었고, 첫 번째 책에서는 그 과정을 적었지만, 두 번째 책에서도 그 일을 반복해서 쓰기가 어려워서, 원고를 엎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많은 내용이 고양이 그림일기 후속에 속하는 책에 들어갈 거예요.


Q 책 내용 중에 고양이 팔베개를 해주고 팔을 못 빼는 부분이나, 멍하니 아이들을 쓰다듬으며 눈물이 난다거나 하는 부분이 있어요.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심정과 똑같아서 한참을 먹먹했는데 작가님에게 장군이는 어떤 존재였을까요?

크기변환_▲작가와 8년을 함께한 후 무지개 다리를 건넌 장군이.JPG▲ ▲작가와 8년을 함께한 후 무지개 다리를 건넌 장군이
 
 
 
장군이와 저는, 사람이 반려동물을 사랑할 때 가지게 되는 평범한 관계였어요. 개인적으로는 특별했지만, 사람이 동물과 맺는 관계에서는 흔히 찾아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정서적으로 많이 의지해서, 부담스러울 만도 했을 텐데, 장군이는 그런 것을 어렵게 느끼지 않았어요.
 
Q 장군이를 처음 만난 날 기억하세요?
 
장군이는 근처 군부대에 사는 어미고양이가 두고 간 새끼고양이였습니다. 군인분이 구조했는데, 일정이 있으니 매시간 수유하는 것이 불가능해서, 제가 임시보호하게 되었어요. 분명히 수유하는 게 그렇게 어렵지 않다고 하고 가셨는데, 정말 힘든 일이었어요. 서투른 탓에 장군이가 병원에도 자주 가야했고, 그때 우여곡절은 다 겪었는데, 그러면서 사이가 끈끈해지긴 했어요.

 
Q 애정이 남달랐을 것 같네요. 고양이들은 아침에 집사를 다양한 방법으로 깨우잖아요. 장군이와 흰둥이는 어땠나요?
 
장군이는 자기 목소리를 내는 걸 좋아하지 않아서, 밥그릇을 차고 다니며 파열음을 냈어요. 앞발로 나무문을 두드리며 덜컹 거리는 소리도 내고요. 흰둥이는 제가 일어날 때까지 울어요. 처음 집에 들어와서 잘 때는 깨울 생각을 못하더니, 장군이가 거리낌 없이 깨우는걸 보더니, 자기도 그러기 시작한 거 같아요.
 

크기변환_2016-07-05_2.jpg▲ ⓒ 이새벽
 
 
Q 아이들과 가장 행복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특별한 일없이 편안한 하루를 보내는 게 가장 행복해요. 여름밤에 다 같이 계단에 나가서 창밖을 구경하거나, 마당에 나가 가만히 앉아있을 때요. 사람이 뭘 주도해서 고양이들과 노는 것 보다, 고양이들이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제가 살짝 껴서 그 안에 있을 때가 더 좋았어요. 사람이 만드는 시간보다, 고양이가 만드는 시간이 훨씬 좋더라고요.
 
Q 장군이가 떠나고 없는 여름 화실 풍경은 작년과 또 어떻게 다른가요?
 
화실풍경은 똑같아요. 하지만 상주하는 고양이가 있을 때 공기가 훨씬 부드러웠어요.

크기변환_2016-07-06.jpg▲ ⓒ 이새벽
 
 
Q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독자들이라면 아마 모두 고양이를 좋아하시는 분들이겠죠. 키우는 분들도 많으실 거고, 키우지 않으시는 분들, 키우던 아이를 떠나보낸 분들일 수도 있고요. 반려동물을 키운다는 건 사실 그렇게 좋은 일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가끔은 마음이 너무 아프고, 그건 지금까지 겪지 못했던 아픔이고, 반려동물로 인해 받는 상처는 조절하기도 힘들어요. 동물들의 귀여운 모습에 방어막을 너무 내리고 있던 중이니까요.
 
이 신문을 읽는 많은 분들이 거의 기꺼이, 무방비하게 그런 아픔에 노출되신 분들이실 거라고 생각해요. 예전에 어린 길고양이가 처음 본 제게 거리낌 없이 몸을 부벼와서 피로와 괴로움이 금세 가셨던 것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어요.
 
새끼고양이와 우리들은 상대하게 될 것이 뭔지 몰라서 그렇게 마음이 열려 있기도 한 것이지만, 그래도 아픔과 수고에 기꺼이 맘을 여는 애정은 목격하는 것만으로 마음을 좋게 합니다. 그런 분들에게 무슨 말을 들려드려야 할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그냥 고양이와 함께 건강하고 행복하셨으면 좋겠어요.

크기변환_작가님책표지.jpg▲ 이새벽 작가가 지난 5월에 출간한 책 ‘고양이 그림일기’는 종이 다른 개체가 서로의 삶을 존중하며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의 인스타그램 주소는 www.instagram.com/leesaebeok
 
 
 한국애견신문/한국고양이신문 최주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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