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이선필의 세계 애견문화 산책①] 고대 이집트-신이 된 개, 아누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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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필의 세계 애견문화 산책①] 고대 이집트-신이 된 개, 아누비스

기사입력 2017.11.30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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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이 된 개, 아누비스
 
세계 곳곳에서 발견된 유적들에 따르면 개는 약 1만 4000년 전부터 1만 2000년 전 사이에 인간에 의해 가축화된 최초의 동물이라고 한다. 이집트에서 개의 가축화는 이보다 약간 늦은 기원전 6,000년경부터 시작되는 선왕조시대부터 이루어졌다고 추정된다. 사실 이집트는 개보다는 고양이의 가축화가 먼저 이루어진 지역이다. 나일강의 주기적 범람으로 인해 형성된 비옥한 토양이 가져다 준 풍부한 곡식을 노리는 쥐 때문에 고양이의 가축화가 먼저 필요했을 것이다. 기원전 3500-3000년경 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아쉬말리안 돌판(Ashmalian Palette)에 새겨진 개의 모습은 이 시기 개가 완전히 가축화되었음을 알려준다. 이후 고대왕국(기원전 2000년대) 시대의 수많은 벽화들에서도 목줄을 한 개의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다. 고대 이집트 세계에서 개는 주로 사냥견, 군견, 경비견 등으로 이용되었지만, 오늘날과 같이 집 안에서 기르는 애완견으로서 반려견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였다.
 
사진3 아쉬말리안 돌판.jpg
 
사진5 벽화 속에 나타난 고대 이집트 개의 활용.jpg
 
 
고대 이집트인들은 개를 “iwiw”라고 불렀는데, 이는 개의 짖는 소리를 딴 의성어로 우리나라의 ‘멍멍이’ 정도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당시의 대표견종은 사막에서도 잘 달리는 살루키였는데, 이집트 왕실의 개로도 유명해 왕이 죽으면 함께 미이라로 만들어져 묻히기도 했다고 한다. 당시의 개들은 대부분 이름이 새겨진 목줄을 하고 있었다. 목줄은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수메르인들이 가장 먼저 해 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이집트인들은 이를 더욱 발전시켜 더욱 화려한 목줄을 만들고 여기에 개의 이름을 새기곤 했다. 목줄에서 나타난 개의 이름은 주로 “용감한 녀석”, “믿을만한 녀석”, “쓸모없는 놈”, “북풍”, “다섯째” 등과 같은 용도나 특징을 딴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우리는 이집트의 아누비스(Anubis) 신을 통해서 고대 이집트 세계에서 인간과 개의 관계를 짐작할 수 있다. 아누비스는 검은색 개의 머리와 인간의 몸을 가진 반인반수의 지하세계의 신이다. 변화무쌍한 자연에 의존해 살아가야 했던 고대인들에게 있어서 동물들을 신격화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전 세계 곳곳의 고대문명은 대부분 용맹한 호랑이, 사자, 독수리, 곰 등을 신성시하고 숭배했다. 고대 이집트인들 역시 악어, 고양이 등과 같은 동물들을 신격화했다. 특히 고양이 여신 ‘바스데다(Bastet)’를 숭배하는 사원이 존재했고, 해마다 큰 제사를 열기도 했다. 기자의 대피라미드 근처에는 대규모 고양이 무덤이 발견되기도 하였다. 이러한 동물신은 점차 반인반수의 모습을 가지게 되고, 이후에는 점차 사람의 모습으로 발전해 나간다. 아누비스는 반인반수의 모습으로 남아있는 형태로 볼 수 있다. 최초로 미이라를 만든 것으로 알려진 아누비스는 죽은 자를 심판하는 오시리스(Osiris) 신에게 인도해 진실의 심판을 받게 하는 역할을 하는 일종의 ‘저승사자’인 셈이다.
    
사진6 고양이여신 바스데다.jpg
 
사진7 아누비스.jpg
 
삶과 죽음을 함께 하는 개
 
아누비스의 머리는 왜 하필 검은색 개일까? 고대 이집트에서 검은색은 생명과 죽음의 색을 의미한다. 나일강의 범람으로 영양분이 풍부한 검은색 흙은 농사에 절대적이었기에 생명을 의미하고, 미이라를 만들 때 사용하는 타르가 검은색이기에 죽음을 의미한 한다. 그렇다면 아누비스는 단순한 ‘죽음의 신’만은 아닌 것 같다. 고대 이집트인들은 영혼 불멸의 내세관을 가지고 있었다. 즉, 육체의 죽음과 함께 영원한 삶이 다시 시작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아누비스가 죽음과 생명의 색인 검은색 머리를 가지는 것이 이해가 간다. 실제로 아누비스는 죽은 자의 심장을 저울에 달아 진실한 자는 다시 살려보내고 그렇지 못한 자는 죽음에 이르게 하는 신이었다.
 
아누비스가 개의 머리를 가진 것은 아마도 개의 역할이 집을 지켜주거나 인간을 보호하는 것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여기에 검은색 개라는 상징은 죽음으로 인도할 뿐만 아니라 다시 살려낼 수 있는 수호자의 이미지가 들어간 것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는 우리나라의 태조 이성계에 관해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와 흡사하다. 이성계가 절에서 자신의 손에 죽은 이들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기도하고 있을 때, 자객이 나타나 그를 죽이려 하자 검은색 개 두 마리가 나타나 구해주었다는 이야기 말이다. 이처럼 검은색 개는 이승과 저승의 다리 역할을 하는 상징인 것이다. 피라미드에 안장된 파라오의 무덤 벽화 곳곳에 그려진 아누비스 역시 왕의 죽음과 새로운 시작 즉, 부활과 보호를 의미하는 것이었을 것이다. 즉, 삶과 죽음 사이의 다리에 아누비스가 존재하는 것이다. 아누비스를 인간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무서운 존재만이 아니라 인간을 다시 살려내고 지켜주는 수호자로 보는 것은 동양과 서양 문화를 동질화하려는 지나친 과장일까? 이집트 왕들이 생전에 자신이 기르던 개를 미이라로 만들어 함께 묻히도록 한 것은 바로 이러한 의미였음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사진8 아누비스 신전.jpg
 
완전한 유적 형태로 남아있지는 않지만 이집트 곳곳에는 아누비스 신전이 있었다고 한다. 이집트 중부에는 El Qeis라는 도시가 있는데, 원래 이름은 ‘개의 마을’을 의미하는 Kynopolis였다고 한다. 개를 숭배하는 도시라는 의미이다. 이곳은 개가 죽은 후 묻히는 사원인 아누비스 신전이 있었던 곳이다. 개가 사후 세계에서도 지상에서처럼 편안하게 살도록 하는 인간들의 배려였을 것이다. 고대 이집트의 부유한 사람들은 개나 고양이가 죽으면 눈썹을 밀어 애도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는 그들이 개를 단순히 자신을 보호해 주는 동물이 아니라 희로애락을 함께 하는 반려동물로 생각하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결국 고대 이집트 세계에서 인간과 개의 관계는 오늘날의 그것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오늘날보다 더욱 깊이 관계맺으며 살아가는 상생의 관계였다고 할 수 있다.


글 / 이선필 정치학박사
한국외대 강사
뷰티독스일산애견학원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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