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인터뷰]유기견 철수, 어떻게든 우리가 만나게 될 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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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유기견 철수, 어떻게든 우리가 만나게 될 확률

기사입력 2018.02.20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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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 철수의 견생2막,

어떻게든 우리가 만나게 될 확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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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도, 견생도, 삶이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은 마찬가지. 하지만 삶의 그 가파른 우연이 때론 특별한 인연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제 산책을 나가면 저 먼발치에서 먼저 알아보고 다가와 인사를 건네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견생역전의 아이콘이 된 유기견 철수. 철수의 보호자인 진양씨는 몇 년 전 중국에 나가게 될 계획으로 인해 키우던 강아지를 다른 곳에 입양 보내게 된다. 하지만 중국 일정은 무산 되어버리고 떠나보낸 강아지를 생각하며 미안함에 하루하루 가슴을 쳤다. 그리고 가슴에 되새기고 또 되새긴다. ‘다시 개를 키우게 된다면 꼭 유기견을 입양해 보내버린 아이들에게 주지 못한 사랑을 주자. 그렇게 아이들에 대한 빚을 갚자.’ 유기견이었던 철수는 진양씨에게 그렇게 찾아왔다.
 
현재 반려동물 촬영 전문 스튜디오인 땡큐 스튜디오에서 근무 중인 진양씨는 얼마 전 철수를 직접 구조했던 구조자분을 만날 수 있었다는 반가운 소식으로 입을 열었다. 철수와 셋이 함께 식사를 했다는 말에 가슴이 두근두근 뜨끈해져 왔다. 그리고 에디터는 잠시 후 눈물샘이 터졌는데, 철수가 구조되던 날의 모습은 이랬단다.
 
시험을 앞둔 학생이었던 구조자는 카페로 공부를 하러 가는 길이었다. 그때가 오후 12시에서 1시 즈음. 허름한 건물 앞쪽에 개 한 마리가 떨며 앉아 있었다. 너무도 얌전히 앉아 있는 개를 보고 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 주인을 기다리는 중이겠지. 그렇게 공부를 끝내고 카페서 나온 시간이 밤 아홉시에서 열시 사이. 그런데 낮에 건물 앞에 앉아있던 그 개가 무려 열 시간이 지난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같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여전히 덜덜 떨면서. 비까지 내리고 있었다.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던 구조자는 개를 안고 인근을 돌며 개의 주인을 아는 사람을 찾고 다녔다. 하지만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비오는 날 개를 안은 사람을 태워주는 자비로운 택시 기사를 만나기란 힘들었다. 구조자는 인근의 경찰서를 찾았고 난생 처음 개를 안고 경찰차를 타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렇게 철수는 유기견이 되었다.
 
지금 이 시간에도 제2, 제3의 철수는 우리 주변 도처에 있을 것이다.
 
 
Q.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에서 데려온 철수를 처음 만나 집에 데려오던 날 차안에서 심하게 떨었다는 말에 가슴이 아프더라. 분리불안과 하울링도 심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극복했나.
 
처음 세달 동안 출근하며 호텔에 맡겼다. 삼 개월 동안 호텔비용만 이백만원이 나온 것 같다. 철수는 이빨도 좋지 않고 중성화도 되어 있지 않은 상태였다. 분리불안과 관련된 이런저런 훈련들을 했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분리가 안 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 같더라. 특히 철수처럼 유기견이었던 개들은 보호자와 분리되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일이 될 수 있다. 지금은 함께 출근하는 날 외에도 부모님과 함께 지내고 있어서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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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사람도 내 아이를 부모님께 맡기는 경우 키우는 방식이 달라 트러블이 생길 수 있는데 혹시 철수 문제로 부모님과 트러블 생긴 적 있나.
 
철수는 다양한 종류의 육고기 생식을 하기 때문에 따로 고기를 먹일 필요가 없다. 그런데 집에서 고기를 구워먹을 때 엄마가 밑장 빼듯 식탁 아래로 철수에게 고기를 주신다. ‘쳐다보고 있는데 어떻게 안주냐’고 변명하시는데 이빨에 잘 끼어서 치석이 생기기 쉬운 과일부터 이것저것 잘 챙겨 주시니 철수가 엄마가 부르면 가고 내가 부르면 오지 않는다. 이제 철수 부를 일 생기면 엄마에게 불러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웃음)


Q. 개를 데리고 출근 할 수 있는 직장에 다니고 있다.
 
이런 곳에서 일할 수 있어 행운이라 생각한다. 물론 각자의 일이 있기 때문에 자기 개가 아니어도 케어를 해줘야 한다. 생일이 돌아오면 사진도 찍고 파티도 한다. 개인적으로 나중에 회사를 운영하게 된다면 집에 반려동물을 혼자 두지 말고 직원과 동반출근을 시키고 싶다. 일에 방해가 되는 순간도 있을 수 있지만 업무능력이 확실히 올라가는 것 같다. 그런 연구결과도 있다고 하더라. (실제로 동물 친화적인 직장문화가 업무 생산성을 높인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반려동물을 함께 기르는 것도 직원 복지의 일환이며 임금을 많이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직원들의 문화적인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부분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Q.철수가 얌전해서 안쓰러운 마음이 들 때도 있다는 기사를 봤다. 철수 SNS에 들어가 보니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 거리는 모습도 많더라. 요즘 성격은 어떤지.
 
다른 개들이 치대는 것을 좀 싫어하는 것 같다. 어린강아지들이 다가오면 절대 받아 주지 않는다. 철수가 싫어하는 견종이 있는데 불독 종류다. 산책하다 만나기라도 하면 저리 가라며 심하게 짖는다. 프렌치 불독에게 물린 적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치료가 필요한 정도는 아니었고 목에 이빨 자국이 남는 정도의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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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믹스견을 사랑하는 모임 ‘믹사모’를 운영 중이다. 만들게 된 계기가 있나.
 
‘코기러브’라는 웰시코기 카페가 있다. 웰시코기는 유기견이 없다고 하더라. ‘코기러브’카페 회원들이 유기된 웰시코기를 발견하면 데려와 임보하고 입양처를 찾아 보낸다고 하더라. 부럽기도 하고 멋져서 만들 게 됐다. 품종견도 예쁘지만 믹스견이 가진 매력을 알리고 싶기도 했다.

 
Q.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에 유기견으로 등록된 철수를 처음 보고 뭘 하든지 철수가 생각났다고 했다. 사람과 동물, 인연이 있다고 믿는지.
 
철수와 살아가며 있는 것 같다고 느끼게 됐다.

 
Q. 버려지는 개도 많지만 그 버려지는 개 때문에 발 벗고 나서는 사람들도 많다.

땡큐 스튜디오에서도 유기동물 입양을 위한 사진촬영 봉사를 종종 한다. 개인적으로는 작년에 포인핸드(유기동물입양플랫폼)에서 본 ‘런’이라는 아이를 입양 보냈다. 하반신을 못 쓰는 애였는데 잘 뛰어다니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름을 ‘런(RUN)'이라 지었다. 사진을 보는데 저러다 죽겠구나 싶었다. 방광염이 너무 심해 걷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말을 병원에서 들었고 심장사상충도 있었다. 누군가 내가 올린 사진을 보고 한눈에 반해 데려가 잘 키워주는 기적이 있어났으면 하는 바람으로 여러 사람의 응원을 받아 보호소에 연락을 했다. 이동봉사자와 임보자를 구하며 치료비 모금을 시작했는데 정말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다행히 ’런‘은 지금 모든 치료를 끝내고 ’참깨‘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다시 이런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Q. 유기견을 비롯해 반려동물을 들일 때 어떤 생각을 빼놓지 않으면 좋을까.
 
한 아이를 키운다는 마음으로 데려오면 버리는 일은 없을 것 같다. 애는 안 키워 봤지만 반려동물이 마치 애 키우는 일과 비슷한 것 같다. 똥 치우고 씻기고 밥 주고...물론 애 키우는 게 훨씬 힘들겠지. 각기 다른 사연을 가지고 있는 유기동물을 집안에 들일 때는 내 생활환경과 반려동물이 딱 맞을 거라는 생각은 버렸으면 좋겠다. 서로가 적응해 나갈 수 있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Q. 반려동물을 교육시키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안 좋은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는데.
 
강압적인 교육이 아니라 보상을 통해 재미를 주는 교육이라면 나쁘지 않다고 본다. ‘손 줘’ 라고 말했는데 안준다고 때리는 식의 교육이라면 그것은 문제가 되겠지.

 
Q. 얼마 전 배우 김유정과 라네즈 화장품 광고를 찍었는데.
 
누구나 아는 브랜드라 좋았다. 철수 말고도 포메라이언, 비숑, 푸들 등 인형처럼 예쁜 품종묘가 촬영에 함께 했다. 사실 그 사이에 철수가 있으니 일명 오징어처럼 보였다.(웃음) 물론 내 눈에는 너무 예뻤지만 우리 애 내 눈에나 예뻐 보이는 것일 테고. 그런데 유기견 믹스 철수가 그 아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는 게 너무 뿌듯하고 대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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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촬영장 에피소드가 있다면. 다른 개들과의 협조는 어땠나.
 
처음 콘티를 받았는데 촬영 시간이 너무 길었다. ‘오래 찍는다고 잘 나오지 않는다’라 말씀 드렸고 촬영 도중 개들이 쉴 수 있는 분리된 공간도 필요하다고 말해 여러 가지를 조율했다. 에피소드라면 유정씨가 철수를 안고 사진을 찍고 싶어 했는데 철수가 모르는 사람이 안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내가 철수를 들고 있고 유정씨는 얼굴만 가까이 해서 함께 사진을 찍었다. 철수는 친해지는 데 시간이 걸리는 개다. 상대가 호의적이란 것을 충분히 알 시간을 주어야 자신을 맡긴다.

 
Q. 철수 이름 앞에는 ‘견생역전’ 이라는 표현이 많이 쓰이는데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다.
 
작년에 철수와 시카고에 다녀온 사진 중 맥도날드 앞에서 찍은 사진이 있다. 내가 참 좋아하는 사진인데 벅찬 감정이었다. 한국동물구조관리협회에 유기견으로 등록된 철창 안에서의 철수가 내겐 첫 모습인데 미국이란 땅에 나와 함께 서서 웃고 있다니, 견생역전이 맞다. 재미있고 유쾌한 표현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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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철수와 살아가며 타인으로 인해 가장 불쾌했던 일이 있었다면.
 
불쾌하기 보다는 의아한 일인데, ‘너무 예뻐서 물어보는 건데 애는 무슨 종인가요?’ 묻는 사람들이 많다. 잡종이라고 말하면 갑자기 조용해지면서 반응이 시큰둥할 때가 있다. 나는 철수가 잡종 믹스견이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반드시 말해준다. 당신이 조금 전 그렇게 예쁘다고 말했던 개가 사실은 잡종견이라는 것을 말이다.
 
 
Q. 철수의 활동이 많은데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있나?
 
광고 촬영 사진 아래 ‘이게 철수에게 뭐가 좋은 건가요?’ 라는 댓글이 달린 적이 있었다. ‘저에게 좋은 일입니다.’라고 댓글을 달았었다. 바라보는 시선은 각자 다르다.
 
 
Q. 얼마 전 반려동물 의류도 출시했는데 계기가 있었나. 향후 생각하고 있는 철수와 또 다른 계획이 있다면.
 
철수에게 입히고 싶은 옷이 있었는데 제작하면서 팔아보자는 이야기가 나와서 시작하게 됐다. 그리고 3~4월쯤 철수와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 나올 예정이다. 평생 책 한 번 내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철수와 함께 꿈을 이루게 됐다. 반려동물과 관련된 분야에 관심은 있지만 철수와는 별개인 일로 내 욕심 때문에 철수를 힘들게 하는 일은 계획에 없다.
 
 
Q. 만약 또 해외에 몇 년간 나갈 일이 생긴다면 어떤 결정을 할 것 같은가. 이 질문은 사실 우리 모두가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하는 질문인 것 같다.
 
데려갈 수 있는 조건을 제안해서 가능하다면 함께 가고 아니면 일을 포기할 것 같다. 작년 미국여행에 철수를 데리고 간 것도 철수에게 다시는 긴 시간 떨어져 있는 일로 불안을 주고 싶지 않아서였다. 사실 여행에 개를 동반하면 박물관을 갈 수도 없고 여행에 제약이 많은 게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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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귀여워 보이기만 한 철수가 추정나이로 벌써 여덟 살이 되었는데 건강에 변화가 있다면.
 
얼마 전 흔들리는 이빨 하나를 발치했다. 안 좋은 이빨은 잇몸까지 염증이 커진다고 해서 뽑았는데 마취에서 깨어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짠하더라. 철수도 이가 없어진 느낌이 이상했는지 며칠 우울해하는 것 같기도 했다.

 
Q. 반려동물 사진 촬영 스튜디오에서 일을 하고 있다. 많은 연예인들이 스튜디오를 찾았는데, 내가 생각해도 이 사람의 동물사랑은 특별하다 싶은 사람이 있다면.
 
다~ 정말로 전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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