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4-28(월)
 

개들의 천국 페르시아
몇 년 전 페르시아 전쟁을 다룬 『300』이라는 영화를 본 적 있다. 광고에 이끌려 선택했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함을 넘어 모욕감마저 느꼈던 영화이다. 아름답고 잘 생긴 스파르타(유럽)인들과 괴물과도 같은 모습을 한 페르시아(아시아)인들의 전투를 선과 악, 민주주의와 전제주의, 선진과 후진이라는 대립적 축을 통해 영상화한 이 영화는 지독한 오리엔탈리즘을 내포하고 있다. 정치적인 이유로 이란과 대립중인 서구인들이 과연 열광할만한 영화였다. 하지만 오늘날의 이란에서 탄생한 고대 페르시아 제국에 대해서는 왜곡으로 가득 차 있다. 조로아스터교를 기반으로 한 페르시아제국은 사실 당시까지만 해도 가장 선진적인 문명권이었을 뿐만 아니라 개방적이고 관용적인 국가였다. 영화가 왜곡했던 악의 제국이 절대 아니었다는 말이다. 영화에서 묘사되지 않은 것도 있다. 영화에서 왜곡되어 나오는 페르시아 황제인 크세르크스는 당시 인도산 마스티프 전투견 부대를 데리고 전쟁에 참전했다. 
 
그림1.jpg▲ 영화 『300』에 나오는 페르시아의 왜곡된 이미지
 
 개방적이고 관용적인 국가였다는 말은 애견문화에 있어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페르시아 제국의 후계자인 오늘날의 이란은 사실 애견문화의 불모지나 다름없다. 애견 관련 용품의 광고도 금지되고 길거리에 개를 데리고 나오면 벌금형에 처해진다고 한다. 이란이 그렇게 싫어하는 서구문화의 모방이라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고대 페르시아는 개들에게 있어서는 천국과 같은 곳이었다. 오늘날의 의미에서 보면 이른바 동물복지 개념이 존재했던 지역이었다. 이것은 조로아스터교가 가지는 창조관, 도덕관, 사후세계관 때문이다.   
 
 
천국으로 가는 길 위의 심판자
오늘날의 이란에는 sag이라는 이름을 가진 개들이 많다고 한다. sag은 고대 페르시아어로 1/3을 의미하는 단어인데, 개라는 의미 역시 가지고 있었다. 이렇게 1/3이 개라는 의미로 사용된 것은 개의 영혼의 1/3은 인간이라는 페르시아인들의 생각에서 나온 것이다. DNA적으로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이지만, 33.3%의 영혼이 인간이라면 개는 인간과 영혼적으로 교류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동물이라는 이야기이다. 조로아스터교에 따르면 개(동물)는 사악한 영혼의 창조물인 늑대로부터 인간을 보호하기 위해 원시 황소의 정액으로부터 탄생되었다고 한다. 개가 늑대로부터 진화한 것이라는 오늘날의 증거와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지만 말이다. 어쨌든 조로아스터교에서는 개를 특별하게 대우했다.

 
그림2.jpg▲ 조로아스터교의 사후세계관
 
 
고대 페르시아인들은 개가 이롭고 깨끗하며 정의로운 동물이기 때문에 잘 보살펴야 하는 동물로 여겼다. 가정에서 주인의 재산을 지켜줄 뿐만 아니라, 악마를 물리쳐주는 영적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다. 개가 눈으로 응시하는 것만으로도 악마를 물리칠 수 있다는 것이다. 페르시아에서도 개는 사후세계와 연관되어 있다. 즉, 개가 지상에서 천국으로 가는 다리 사이에 놓인 친바트 브리지라는 심판의 다리를 지키는 동물이라는 것이다. 이는 고대 이집트에서 아누비스가 수행했던 심판자의 역할과 비슷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차이가 있다면 아누비스는 지옥으로 가는 길목에서 심판자의 역할을 한 반면, 페르시아에서는 천국으로 가는 길목에서 심판자의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페르시아에서 개를 기르는 것은 죽은 자를 기억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죽은 사람이 환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일까? 따라서 사람이 죽으면 3일 동안은 죽은 사람에게 제공될 분량만큼의 음식을 개에게 주었다. 만약 개가 없으면 식사 때마다 들짐승들에게라도 음식을 제공했다.

 
 
동물복지의 나라 페르시아
개가 천국으로 가는 길의 심판자이자 죽은 자를 기억하기 위해 기르는 것이기 때문에 페르시아에서는 당연히 개에 대한 대우가 좋을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좋은 대우는 조로아스터교의 의식법과 민법을 기록하고 있는 벤디다드 경전에 자세히 적혀있다. 이 경전은 개 학대를 금하고 가정견이든 떠돌이 개든 개를 다를 때는 정성을 다 하라고 한다. 또한 개를 돕거나 해를 끼치는 것은 사람을 돕거나 해를 끼치는 것과 같기 때문에 개를 죽이는 행위는 사후에 천벌을 받게 되어 있다고 한다. 집 근처에 임신한 개가 있으면 적어도 새끼가 태어나거나 새끼들이 혼자 설 수 있는 6개월 동안 잘 보살펴야 한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아서 개가 해를 당하게 되면 그 사람은 계획적 살인행위로 천벌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최고의 신인 이후라 마즈다의 아들인 불의 신 아타르(Atar)가 위에서 지켜보기 때문이다. 조로아스터교에서는 개뿐만 아니라 고양이나 쥐 등과 같은 동물을 죽이는 것조차도 신성하지 못한 행위로 비난받았다.
경전은 개에게 주는 음식까지도 자세히 적어놓고 있다. 개에게는 고기와 함께 우유 및 기름진 음식을 주어야 한다고 적고 있다. 사람들이 음식을 먹을 때는 세 입 정도의 음식을 남겨 반드시 개에게 주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지옥에서 고통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에게 음식을 주지 않으면 지옥에서 고문의 고통을 받는다. 또한 개에게 너무 딱딱해서 목을 다칠 우려가 있는 뼈를 주거나 너무 뜨거워서 목에 해를 입히는 경우도 중요한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개에게 나쁜 음식을 주는 행위는 사람에게 나쁜 음식을 주는 행위와 같다. 어떤가? 오늘날보다 동물복지가 더 잘 이루어진 지역 아닌가?

 
페르시아 토테미즘과 개
조로아스터교도들은 시신이 매장된 곳은 더러운 땅이라고 생각했다. 이는 생명이 없는 시신은 단지 오물일 뿐이고 여기에는 나수(Nasu)라는 악령이 깃들어 부패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들은 침묵의 탑이라는 곳 위에 시신을 두어 비바람에 노출되고 동물들이 뜯어먹게 해 자연 속으로 사라지게 하는 풍장 의식을 진행했다. 개의 장례도 사람의 장례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풍장을 통해 이루어졌다.
한편 개가 사후세계와도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 때문에 사람의 장례 의식에서도 이용되었다. 조로아스터교 경전에는 sagdid라는 말이 있는데, ‘개에게 보이기’라는 의미이다. 이것은 사람이 죽으면 4살 이상의 수컷 개에게 시신을 확인하게 한다. 침묵의 탑에 안치될 때까지 이러한 행위를 세 번 반복한다. 이것은 사람보다 예민한 개의 감각을 이용해서 정말로 죽은 것이 맞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또한 개의 응시는 정화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믿었기 때문에 개에게 시신을 보여줌으로써 시신을 정화시킨다는 의미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의식은 19세기 개혁적 조로아스터교도들에 의해 비난받으면서 20세기에 와서는 완전히 금지되었다.

 
그림3.jpg▲ 상상 속의 새 simurg
 
 고대 페르시아 신화에는 Simurg이라는 거대한 상상 속의 새가 나타난다. 이 새의 얼굴은 개의 모습을 하고 있으며, 사자의 발톱과 공작의 날개와 꼬리를 하고 있다. 개의 얼굴이 아니라 때때로 사람의 모습을 한 인면조로 표현되기도 하는 이 새가 보호와 치료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물과 땅을 정화하고 다산의 역할을 한다고 믿었다. 게다가 하늘과 땅 사이에서 중재자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고대 페르시아에서도 개는 전쟁에서도 자주 이용되었다. 전투견으로 이용된 개는 주로 마스티프였다. 사실 페르시아 전쟁에서는 그리스와 페르시아 양측 모두 목에 철심이 박힌 거대한 마스티프를 전투견으로 사용했다. 페르시아는 주로 인도에서 수입된 마스티프를 활용했다. 제 1차 페르시아전쟁에서는 그리스가 승리했는데, 이 때 그리스 전투견들이 공을 세웠다고 해서 오늘날에도 그리스 승리기념관에는 전투견 조각상이 남아있다.

 
그림4.jpg▲ 페르시아 마스티프
 
 
고양이를 미워한 페르시아
전쟁에 참전한 마스티프들의 희생을 예외로 한다면, 페르시아는 아마도 개들에게 가장 살기 좋은 천국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고양이들에게는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사람들은 페르시아라고 하면 곧 바로 페르시안 고양이를 떠올릴 것이다. 부드럽고 윤기가 흐르는 긴 털을 가진 매혹적인 이 고양이의 이름이 페르시안이기 때문에 페르시아 제국을 떠올릴 수 있다. 하지만 이 고양이가 1620년 현재의 이란에서 이탈리아로 수입되어 유럽에 퍼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페르시안으로 알려져 있다. 페르시아 제국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중동 지역에서는 오히려 이란고양이라고 부른다. 사실 고대 페르시아에서 고양이는 그렇게 환대받지 못하던 동물이었다.
조로아스터교는 무슬림과는 다르게 고양이를 사악하고 해로운 동물로 여겼다. 페르시아에서 고양이에 관한 기록은 사산조 왕조(221-651)에서야 나온다. 이 이전까지는 고양이에 대해서는 신경도 안 썼다는 이야기이다. 어쨌든 사산조 왕조의 신화에 따르면 고양이는 사악한 영령에 의해 창조된 동물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고양이가 물에 오줌을 누면 바다의 모든 물고기가 죽고, 고양이가 밥을 먹은 그릇은 일곱 번을 씻는다고 해도 더럽다고 했다. 고양이의 털이 닿은 음식을 먹으면 쇠약해진다고 한다. 특히 검은고양이는 악마 그 자체였다. 아침에 검은 고양이를 보면 불운하다고 믿었고, 고양이 꿈을 꾸면 도둑을 맞게 된다고 믿었다.

 
그림5.jpg▲ 페르시안 고양이
 
 
조로아스터교가 고양이를 악마화 했지만, 사람들은 고양이를 애완용이나 쥐를 잡는 용도로 이용하기도 했다. 여성들은 종종 고양이에게 귀걸이나 목걸이를 해 주기도 하고 털을 염색하기도 했으며, 고양이와 함께 잠을 자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일들은 일부에 한정된 것이었다. 당시로서는 아마도 일탈적 행동이었을 것이다. 7세기 사산조 왕조의 마지막 황제였던 호로스 2세는 아제르바이잔의 Ray라는 도시를 미워해 그 도시를 철저하게 파괴하기로 마음먹었다. 이에 새로운 총독을 임명해 고양이를 모두 죽이도록 했다. 모든 고양이를 무자비하게 죽이고 나서 쥐 숫자가 늘어났고 사람들은 하나 둘씩 도시를 떠나기 시작했다. 왕이 원했던 대로 이 도시는 결국 망하게 되었다. 그러나 왕비가 왕을 설득해 총독을 다시 돌아오게 하고 나서 도시는 복원되었고 고양이도 다시 돌아왔다고 한다.
고양이를 이렇게 미워했으면서도 페르시아인들에게 있어서 고양이는 유용한 동물이기도 했다. 그들은 고대 이집트인들이나 그리스인들이 그랬던 것처럼 고양이를 치료 목적으로 사용했다. 열을 내리는데 고양이 똥을 오일과 함께 섞어 사용했으며, 고양이 피는 나병을 치료하는데 효과가 있다고 믿었다. 페르시아에서 전해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고양이가 자신의 똥이 약에 사용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자신의 똥을 묻어버린다고 한다. 고양이는 다산성과도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불임 치료 능력이 있다고도 믿었다. 불임을 치료하기 위해 여성은 고양이 태반을 머리 위에 올려놓고 그 위에 물을 뿌린다. 물이 여인의 머리에서 흘러내리면 그녀의 불임이 치료된다고 믿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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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필의 세계 애견문화 산책] 페르시아 제국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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