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작가가 사랑한 고양이, 이보다 더 완벽할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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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사랑한 고양이, 이보다 더 완벽할 순 없다

나의 상상력과 감수성의 원동력은 관심
기사입력 2016.10.26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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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리안 메인.jpg
 
 
_ 제리안 작가 편
작가의 곁엔 항상 고양이가 있다. 실제로 많은 작가들이 고양이를 기른다고 하던데, 왜 하필 고양이일까? 아이디어가 안 풀릴 때 척척 영감을 물어다주기라도 하는 걸까. 제리안 작가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았더니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이렇게 답한다. “이보다 완벽한 반려동물은 없으니까요.”두 마리의 고양이와 함께 사는 애묘인이자, 시인 겸 소설가인 그녀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지 더욱 궁금해진다.
 

작가의 작가를 위한 작가에 의한 생각들
 
Q. 창작의 보물 창고는?
A. 잠들기 전에 오늘 썼던 글의 내용을 머릿속으로 정리하고, 잠들 때까지 자유연상을 한다. 의식적으로 어떤 이야기를 써야지, 하는 게 아니라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보는 편이다. 마치 영화나 드라마를 보듯 머릿속에서 영상화를 시키면 꿈속에서 저절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러니 창작의 보물 창고는 ‘꿈’인 셈이다.
 
Q. 현재의 상상력과 감수성 발달의 원동력은?
A.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고 하지 않던가. 상상력도 결국 현실을 반영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의 경우는 이미 만들어진 창작물 보다는 실제 사건에 관심을 두는 편이다. 내가 생각하는 상상력이란,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에서 반 걸음만 더 나아가는 일이다. 어떻게 하면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을까, 그때 그런 선택을 하지 않았다면 결과가 달라졌을까 하는 질문들이 상상력의 원천이며 좋은 이야기의 출발이라 믿는다. 감수성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그리고 타인의 삶에 대한 공감이 일어날 때 마음을 움직이는 글도 나올 수 있으니까. 결론적으로 나의 상상력과 감수성의 원동력은 관심이라 하겠다. 장황하게 말해서 그렇지,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결국 ‘오지랖’이다.
 
Q. 시인으로 등단하고 스타 강사이자 웹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같은 분야의 지망생에게 하고 싶은 말은?
A. 스타 강사는 아니다. 강사가 직업도 아니다. 그저 시인이자 소설을 쓰는 한 사람으로서 글쓰기와 관련된 강의 요청이 있을 때 튕기지 않고 응하다 보니 계속해서 강의를 하고 있는 것 뿐이다. 어쨌든 작가를 지망하는 이들에게 감히 조언을 하자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중도에 포기하지 말라는 얘길 가장 먼저 해주고 싶다. 작가라는 직업이 겉으론 화려해 보일지 몰라도 실상은 그렇지 않은 데다, 인기 작가가 아닌 이상 생활고를 피해갈 수 없는 직업군이다 보니 막연한 생각으로 덤벼든 사람일수록 견디지 못하고 나가 떨어지더라. 그러나 끝까지 가보고, 끝까지 써보겠다는 결심을 한 사람은 언제가 되든 반드시 보상을 받게 마련이다. 그러니 끝까지 버티길 바란다.
Q. 시집을 아직 안냈다. 시에 대해 요새 어떤 생각을 자주 하는가?
A. 시인으로 등단한지 올해로 10년 째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는 중이다. 그동안 시집을 내지 않았던 건 스스로 필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서이기도 하지만, 쉽게 시가 쓰여지는 것을 경계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이제 한 권의 시집으로 엮을 원고들이 충분히 모인 것 같아서 조만간 출간할 계획을 갖고 있다.
 
Q. 창작에 있어 즐거움이 강한가, 고통이 강한가?
A. 정확하게 반반이다. 작가라면 누구나 그럴 테지만. 창작에 있어 고통과 즐거움은 ‘순망치한(脣亡齒寒)’이라 할 수 있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지 않은가. 고통 없이는 즐거움도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한 편의 이야기를 완성하기까지 머리를 쥐어뜯는 고통을 경험하지만, 다 끝내고 나서는 형용할 수 없는 즐거움을 맛보는 것 역시 작가의 특권이 아닐까. 쓸 때는 고통이 심하고, 쓰고 나서는 즐거움이 더 강하다.
 
Q. 창작 시간 이외에 주로 하는 취미생활은?
A. 질문이 의미하는 창작은 글쓰기일 테지만, 글쓰기 이외의 취미 역시 창작이다. 이를테면 요리, 베이킹, 액세서리 제작, 작곡, 사진 등인데 그 중에서도 가장 열정적으로 하는 건 요리와 베이킹이다. 작가이기 이전에 주부이다 보니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웃음)
 
작가와 고양이가 함께 산다는 건
Q. 새끼 고양이 때부터 키웠는데 언제부터 키웠고, 키우면서 어떤 추억이 있는지 소감을 말한다면?
A. 처음부터 고양이를 키워야지, 작정하고 키운 건 아니었다. 부모님이 몇 년 전에 귀촌하셔서 강원도 홍천에서 살고 계신데, 엄마의 동물 사랑은 각별하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토종닭 백숙집 마당에 눌러 살고 있는 고양이가 열 다섯, 여섯 마리? (어쩌면 더 될 지도 모르고.) 키우는 개도 네 마리나 된다. 밥을 굶고 다니는 길고양이를 가엽게 여긴 엄마가 사료와 물을 챙겨주기 시작했는데 그 고양이가 어느 날 새끼 네 마리를 데리고 집에 찾아왔다. 엄마는 해산한 어미 고양이와 새끼들을 위해 먹이와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었고, 지극 정성으로 돌봤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어미 고양이는 벌써 네 번이나 출산, 새끼를 낳을 때마다 집으로 다 데려오는 바람에 우리 집은 고양이 왕국이 되었다.
 
나도 고양이를 좋아하는 편이라 친정에 갈 때마다 고양이한테 시선을 뺏길 수밖에 없었다. 마음 같아서는 새끼 중 한 마리를 데려다 키우고 싶었지만 어미 고양이가 슬퍼할 생각을 하니 차마 그러진 못했다. 그런데 엄마가 어디선가 새끼 고양이 두 마리를 품에 안고 나타났다. 이웃집 고양이가 마침 새끼를 낳았는데 다 키울 수 없어 입양을 보내려 했다면서 나더러 키우라는 것이었다. 그 새끼 고양이들이 지금 함께 사는 담비, 꼬맹이다. 운명적인 만남은 그렇게 시작되었던 것 같다. 추억이야 워낙 많아서 일일이 다 얘기할 수 없을 정도이니 패스~ (웃음)
 
Q. 고양이를 키우기 전과 후 달라진 점이 있다면?
A. 반려 동물을 키운다는 건 한 생명을 책임진다는 의미인 만큼 모든 것이 고양이 위주가 되었다. 지금은 거의 두 살이 다 되어가니 아이들이 알아서 놀고 밥도 먹고 하지만, 어렸을 때는 꼼짝 없이 붙어서 엄마 노릇을 했었다. 배변도 스스로 못할 만큼 어릴 때 데려왔으니 식사 후에는 배변 유도나 뒤처리도 해야했고, 체온 조절도 혼자서는 안 되니까 실내 온도가 적당한지 늘 체크하며 돌봤다. 지금도 장거리 여행은 꿈도 못꾼다. 심지어 작년에 결혼했는데 이 녀석들 걱정에 아직 신혼 여행도 못갔다는… 그래도 얘네들이랑 함께 있는 게 훨씬 행복하다. 남편도 고양이를 무척 사랑하고 아껴주는 사람이라 우리의 일상은 자연스레 고양이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부부 간의 대화도 기-승-전-고양이다. 못말리는 고양이 가족이다.
 

_MG_1724.jpg
 


Q. 실제로 고양이와 소통하나?
A. 당연하다. 고양이는 커뮤니케이션 지수가 월등히 높은 동물에 속한다. 말을 못해서 그렇지 꼬리나 수염으로 자기 기분이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기 때문에 조금만 관심을 기울이면 고양이의 감정 상태를 알아챌 수 있다. 그런데 우리 고양이들은 ‘말’로 다 한다. 정말 말이 많아서 시끄러울 정도다. (웃음) 예를 들면 내가 화장실에 있거나 자기 눈에 보이지 않으면 ‘엄마’하고 찾는다. 뻥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명확한 발음으로 ‘엄마’라고 말한다. 예전에 TV 동물 농장에 출연했던 ‘나갈래’ 고양이처럼, 우리 고양이도 가르친 적도 없는데 ‘나갈래’라고 말할 줄 알더라. 특히 우리 고양이들은 유독 물 마시는 걸 좋아하는데 그릇을 비우고 신선한 물로 갈아주면 두 마리가 동시에 ‘와아아아~’하고 환호성을 지른다. 그것도 매번. 더 웃기는 건 내가 “담비야 이리와”라고 하면 낮잠을 자다가도 일어나서 오는 편인데, “빨리와”하면 걸어오는 게 아니라 강아지처럼 뛰어온다. 방문을 열거나 닫는 것도 특기 중의 하나다. 미닫이, 여닫이, 손잡이 돌리기 못하는 게 없다. 너무 팔불출인가? (웃음)
 
Q. 동물을 좋아하는 작가들은 대개 작품과 연관을 짓는 경우가 있다. 본인도 그런 경향이 있는지?
A. 물론 그렇다. 첫 번째 장편 소설의 주인공 직업이 동물 잡지 기자이고, ’마릴린’이라는 이름의 재즈를 좋아하는 고양이가 조연급으로 등장한다. 고양이는 주인공과 무척 친밀한 관계인 동시에 오해와 갈등을 해결하는 역할을 하는 존재로 그려졌다. 그밖에도 내가 쓰는 거의 모든 소설과 시에 고양이가 나오는 편이다.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라, 아마도 고양이가 생활의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자연히 영향을 받는 것 같다.
 
Q. 직접 키우는 고양이에게 영감을 받은 경험이 있다면?
A. 고양이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고 느낀 바를 쓴 ‘정오의 그루밍’이라는 졸시가 있다. 하루종일 아무것도 안하고 그냥 보고 있어도 지루하지 않을 정도로 고양이의 매력은 끝도 없다. 영감을 물어다 주는 건 아니지만, 강아지처럼 놀아달라고 떼쓰지 않는 것만으로도 기특한 동물이다. 특히 집중을 해야 하는 작가에겐 이보다 완벽한 반려동물은 없을 듯하다. 있는듯 없는듯 조용히 지내다가도 심심하거나 애정이 필요할 땐 슬쩍 다가와 내 다리에 얼굴 몇 번 부비는 게 전부다. 꼬맹이는 내가 글을 쓰고 있을 때 책상 구석에서 자는 게 취미다. 그래도 글쓰기를 방해하진 않는다. 오히려 잠든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힐링이 되는 기분이랄까.
 
Q. 일본에 있는 고양이섬처럼, 한국에도 어쩌면 그런 곳이 생길지도 모른다. 만약 고양이와 여행을 간다면 어디로 가고 싶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A. 고양이를 데리고 여행을 간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다. 고양이의 특성상 낯선 곳에 가면 심한 불안감을 느끼니까. 또 이동 중에 고양이가 받는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여행은 어려울 것 같다. 그냥 고양이들이 가장 편안하고 안정감을 느끼는 우리 집에서 마음껏 ‘우다다’를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작은 바람이 있다면 호기심을 더욱 자극하고 즐겁게 놀 수 있는 고양이 놀이터를 집안에 만들어 주고 싶다.
 
제리안 작가 프로필: 2006년 문학바탕 신인문학상, 2010년 평론가가 뽑은 100대 작가로 선정된 시인인 동시에 치유하는 글쓰기 전문가, 글쓰기 멘토, 칼럼니스트이기도 하다. 이와 함께 카카오페이지 등에서 인기 웹소설 작가로도 활동 중이며 출간작으로는 <허니문트릭>, <결혼계약>, <내겐 너무 비싼 그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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