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날이 다가옴에 따라 동물권단체들이 모여 '개식용 종식'을 외칠 예정이다. 7월 9일 오후 1시 경기 성남시 모란민속5일장(이하 모란시장)에서 '개/고양이 식용종식을 위한 집회'가 열린다.
집회에서는 동물을대변하는목소리 HG행강(이하 행강),동물보호단체 다솜(이하 다솜), KoreanK9Rescue, 코리안독스, 유엄빠 등 총 5개 동물권단체가 성명서를 발표하고, 구호를 외치며 행진할 계획이다. 이들 단체는 성남시에 모란개시장 완전철폐를, 정부와 국회에 개/고양이 식용금지법 제정 및 민법개정을 촉구할 예정이다.
이번 집회는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의 발표 후 처음 열리는 것인 만큼 의미가 새롭다. 지난 7월 4일,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위해 위원회 운영은 지속하되, 기한을 정하지 않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개 식용 문제 논의를 위한 위원회는 지난해 12월 9일, 개 식용의 공식적 종식에 대한 사회적 논의 추진을 위해 출범한 민관 합동 논의체다. 동물보호단체, 육견업계, 관련 전문가, 정부 인사 등 총 21명으로 구성됐으며 총괄 및 간사는 농림축산식품부가 맡고 있다. 현재까지 위원회는 전체회의 8회, 소위원회 9회 등 총 17차례 회의를 개최했다.
정광호 위원장은 7월 4일 보도자료에서 “개 식용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대 사안으로, 지속적인 대화와 타협을 통해 합의를 도출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박운선 행강 대표는 “지난 5년, 사회적 논의는 충분히 진행됐다. 이제 마침표를 찍을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2017년부터 개/고양이 식용종식 활동에 주력해온 동물보호단체에서는 “이미 4년전인 2018년, 개식용 종식을 향한 42만 국민의 염원이 청원을 통해 청와대에 전달됐으며, 위원회까지 출범해 17차례나 회의를 했다. 이제, 새 정부가 확실히 결론을 내달라”며 아쉬움과 바람을 전했다.
박운선 행강대표는 “또한, 2016~2018년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철폐한 모란개시장이 다시 횡행하고 있다”라고 지적하며, “명품도시를 추구하는 신상진 성남시장이 이를 방치하지 않으리라 믿는다”라고 덧붙였다. 지난 5월, 당시 후보였던 신상진 성남시장은 모란시장을 두 차례 방문해 표심을 호소했다. 5월 24일 임직원 및 상인들과의 간담회에서 “모란시장의 현대화와 명품화”를 약속하고, 29일에도 모란시장을 찾아 상인들과 전통시장 활성화 및 공존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김준원 다솜 대표는 “육견협회에서는 개, 고양이 식용금지가 동물차별이라고 주장해왔다며. 그들이 부르짖는 동물평등은, 다 살리자는 평등이 아니라 다 죽이자는 평등”이라고 비판했다. 김 대표는 이어 “동물권운동가들 모두가 비건은 아니다. 하지만 개, 고양이의 생명을 귀히 여기는 이들이 소, 돼지, 닭 등의 생명도 귀한 줄 안다. 다만 반려동물의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개, 고양이의 생명권 보호부터 시작하자는 것”이라고 집회의 취지를 재정리했다.

김현유 KoreanK9Rescue 대표는 “60년 전통을 자랑하는 민속시장에 개 사체가 내걸리고 있다. 이는 자녀교육에 적합한 모습도, 관광객에게 자랑할 전통도 아니다. 명품도시의 풍경도 아닐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리고 “모란시장의 현대화와 명품화를 약속한 신상진 성남시장에게 바란다. 모란시장의 미관과 성남시의 이미지, 나아가 대한민국의 국격을 해치는 개 사체 시장을 철폐해달라”며 호소했다.
김복희 코리안독스 대표는 “지난 정부 5년, 청원인 수 20만을 달성해 청와대 답변을 받은 청원 293건 중 15건이 동물권 청원”이라며 “특히, 2018년 8월 함께 답변 받은 2건의 청원이 ‘개를 가축에서 제외해달라(21만 4,634명)’와 ‘동물 도살 금지법지지(21만 2,424명)’다. 2건을 합치면 총 42만 7,058명의 국민이 개식용을 금지해달라고 호소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민희 유엄빠 대표는 “지난 6월, 동물의 비 물건화를 위한 민법98조2항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국민동의청원도 5만을 달성했다. 동물은 물건이 아니라, 엄연히 고통을 느끼는 생명체”라며, “새 정부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달라. 새 정부가 개/고양이 식용금지법을 제정하고, 전국 개시장이 전면 철폐되고, 동물이 생명체로서의 법적 지위를 인정받을 때까지 우리의 목소리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이다.
A dog starved at his master's gate
Predicts the ruin of the state.
주인집 대문 앞에서 굶어죽은 개는
제국의 멸망을 예고한다.
A horse misused upon the road
Calls to heaven for human blood.
길 위에서 혹사 당한 말은
천국에서 인간의 피를 부른다.
영국의 시인이자 미술가인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 1757∼1827)는 이 시 <순수의 전조(Auguries of Innocence)>에서, 약자를 향한 폭력이 초래할 재앙을 은유했다. 실상 재앙은 이미 시작됐다. 전세계는 지금, 환경파괴와 동물착취로 인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특히 2020년 초 시작된 코로나 팬데믹은, 지금도 우리의 일상과 경제, 생명을 끊임없이 위협하고 있다.
팬데믹의 원인으로, 세계적인 영장류학자 제인 구달 박사 등 전문가들은 동물학대와 자연 경시, 특히 무분별한 동물식용과 공장식 축산을 지적하고 있다. 이항 서울대 교수 등 전문가들은 국내 개농장이 새로운 팬데믹 발원지가 될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는 국가적, 국제적 안전의 문제다. 우리나라와 함께 ‘개 먹는 나라’였던 중국도,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개식용 금지를 추진하고 있다.
이토록 공공보건을 위협하는 개식용이 과연 ‘개인의 자유’인가? 그렇다면 쓰레기 투척도, 공공장소 흡연도 자유가 돼버린다. 개고기를 먹지 않는, 심지어 반대하는 국민들까지 환경파괴로 인한 위험, 국격 실추로 인한 모욕을 감수하고 있다. 이렇게,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과연 자유인가?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5월 10일 취임사에서 ‘자유’를 총 35번 외쳤다. 그 ‘자유’란 어떤 자유인가? 환경을 파괴하고 공중보건을 위협하며 동물을 착취하고 국격을 실추시킬 자유인가, 아니면 개선하고 지키고, 존중하며 제고할 자유인가?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를 “국제사회에서 책임을 다하고 존경받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약속으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에서 ‘아직도 개 먹는 나라’라 비난 받고 있다. 88올림픽과 함께 시작된 이 ‘비난의 역사’는 무려 34년, 대일 항쟁기 만큼이나 길다. 과연, 뜬장의 개들에게 해방의 그날은 올 것인가? 대한민국은 ‘아직도 개 먹는 나라’라는 오명에서 언제 해방될 것인가?
새 정부와 국회에 고한다. 지난 정부 5년, 개/고양이 식용종식을 위한 사회적 논의는 충분히 진행됐다. 2018년 총 42만 7,058명의 염원에 청와대가 답했으며, 지난해 12월에는 위원회까지 출범해 17차례나 회의를 했다. 지난 6월, 동물의 비물건화를 위한 국민동의청원도 5만을 달성했다. 더 이상의 논의는 소모적인 도돌이표에 불과하다.
이제는 결론과 실행의 시간이다. 이제 새 정부가 개식용에 마침표를 찍을 차례다. 새 정부의 동물권 정책 점수는 이 마침표에 달려있다. 새 정부는 오랜 국민의 염원에 답하라!
또다시 ‘개지옥의 계절’이 돌아왔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길고 뜨거워진 여름, 이 여름보다도 길게 이어져온, 뜨거운 국민의 목소리를 들어라!
그리고, 시원하게 답하라!
신상진 성남시장은,
모란 개시장을 완전철폐하라!
윤석열 정부와 국회는,
개고양이 식용금지법을 제정하라!
2022년 7월 9일
(사)동물을대변하는목소리 행강. (사)동물보호단체 다솜
(사)KoreanK9Rescue. (사)코리안독스. (사)유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