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제목 [냥집사 앨리스의 심리학 이야기2] “엄마냥? 달 속에서 꼭 한번만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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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집사 앨리스의 심리학 이야기2] “엄마냥? 달 속에서 꼭 한번만 만나자”

기사입력 2016.11.02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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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냥? 달 속에서 꼭 한번만 만나자”
 
내 이름은 페리, 페르시안 고양이라서 지어진 이름이다.
 
사실 원래 내 이름은 이게 아니었다. 2달도 안된 아주 어릴 때 동물병원 유리 상자 같은 진열장에 누워 있을 때 알바 하던 젊은 남학생은 나를 ‘애기’라고 불렀다. 그 남학생은 나를 앞치마 앞주머니에 넣어서 다니면서 동물병원 바닥을 청소했다. 그래서 어린 나는 사람의 품이 엄마냥 다음으로 따뜻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매일 너무 피곤하고 졸렸다. 왜냐하면 하루 종일 사람들이 나를 구경하고 유리 상자를 두드리고 아이들은 소리를 질렀다. 나를 보는 사람들은 ‘아, 예쁘다. 얼마에요?’ 라고 하다가 내가 몇 십 만 원짜리라는 것을 알고서는 그냥 구경만 하고 가곤 했다.
 
그렇게 하루하루 내가 지쳐가고 점점 커져 가고 있을 때 두 번째 엄마를 만났다. 엄마는 한 달 전부터 나를 보고 있었는데 엄마의 아이들에게 나를 선물하려고 마침내 나를 샀다. 나는 처음 가격보다 아주 싸게 그래도 몇 십만 원에 마침내 팔렸다.
 
두 번째 엄마는 아주 상냥하고 친절했고 아이들도 나를 아주 예쁘다고 했다. 나는 그 집 푹신한 소파에 올라가서 여기 저기 구경하며 간만에 조용하고 편안했다. 그런데 일주일 뒤 나는 세 번째 엄마를 만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아이들이 고양이털 알레르기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기침하고 긁적거리고 해서 나는 그 집에서 살수가 없게 된 것이다.
 
다행히 두 번째 엄마랑 친한 동생이 나를 보고 예쁘다고 하면서 데려가서 같이 살자고 했다. 그 집에는 아이도 없고 집도 깨끗하고 조용한 시골에 자리 잡고 있어서 하루 종일 바깥을 보면 심심하지도 않고 좋았다.
 
그리고 두 번째 엄마는 나를 자주 보러 와줬고 세 번째 엄마랑 아빠는 나를 자식처럼 예뻐해줬다. 품에 꼭 안고 자고 빗질해주고 간식 주고 밥이랑 물도 매일매일 정성스럽게 주면서 돌봐주었다. 나는 이 모든 게 어리둥절하고 정신없어서 하루 종일 멍하니 있었지만 그래도 차츰 적응이 되어 가고 있었다.
 
하지만 나에게도 어쩔 수 없는 순간이 있었는데 봄, 가을 창문 밖에 ‘에~엥~에~엥’하는 고양이들의 짝을 부르는 소리였다. 그 소리는 온 동네에 돌림노래처럼 불렸고 나도 가끔 따라해야 할 것 같아서 따라 불렀다.
 
그래서일까? 나는 내가 꽤 오래 지내던 병원으로 다시 가서 마취를 하고 영원히 아빠가 될 수 없게 수술을 받아야 했다. 수술하고 돌아오던 날 나는 너무 어지러워서 비틀거렸고 그 모습을 본 아빠는 울면서 나를 꼭 끌어안아줬다. 병원에 데리고 간 엄마도 무척 미안해하고 좀 힘들어 했다.
 
그리고 얼마 후 나는 더 이상 창밖에서 들리는 고양이들의 합창을 따라 하지 않게 되었다. 그 대신 가끔 밤하늘에 떠 있는 달을 쳐다보면서 어렴풋한 기억속의 엄마냥을 떠올려 보았다. 그런데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엄마는 무슨 색이었는지? 어떻게 생겼는지? 그냥 따뜻한 거 같은 느낌만 남아 있어서 기억이 잘 나지 않았다.
 
그래도 달을 들여다보면 엄마냥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이는 것 같아서 가끔씩 밤에 쳐다보았다. 하지만 엄마냥은 한 번도 달 속에서 보이질 않았다. 내가 고개를 떨구고 생각에 빠져 있으면 아빠는 내 속도 모르고 낚싯대를 휘두르면 ‘페리~페리~’ 불러댄다. 아, 귀찮아. 앞발로 휘휘 좀 잡는 척해주고 놀아줘야 아빠가 흐뭇해 하니까 오늘도 조금 놀아줬다. 아빠랑 엄마랑 다 자고 나서 난 혼자 생각에 잠겨보았다.
 
정말이지....살아가는 게 그런 거겠지만....우리도 묘생의 한가운데 들어와 있으면서 하루하루가 소중하고 살맛난다는 걸 못 느끼고 사는 게 아닐까? 낚싯대를 휘둘러 주는 아빠, 고양이 캔을 매번 다른 걸 사주는 엄마. 나 외롭다고 오드리라는 동생도 데려와 준 엄마랑 아빠와 지금 현재를 즐기진 못하는 걸까?
 
누군가는 그랬다. '세상에 죽는 일 말고 심각한건 없다고.'
 
그 누군가가 그런 말을 했을 때 난 속으로 생각했다. "고양이는 누구나 죽는다. 죽음은 모르는 것이기에 두려울 뿐이라고." 점점...세상 달관해간다...
 
내가 또 심드렁하게 있으니까 자다 말고 아빠가 나를 불러댄다. “페리~페리~같이 자자“ 나를 꼭 끌어안고 자다가 잠에 곯아떨어진 아빠 팔에 눌려서 지난번에 목 졸려 죽을 뻔해서 이젠 아빠가 불러도 잘 가질 않는다. 아, 이 끈덕진 아빠 같으니라구. 내가 안 갔더니 쫓아와서 나를 데려갔다. 강. 제. 연. 행.
 
그렇게 세월이 흘러갔다. 아웅다웅하면서 엄마랑 아빠랑 오드리랑 지낸지 12년째다. 난 이제 어디를 가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개냥이가 되었다. ‘이리와~’ 하면 달려가고 ‘뽀뽀~’하면 뽀뽀를 할 줄 알고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도 할 줄 아는 멋진 고양이가 되었다.
 
그렇게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요즘에 나도 나이가 들어감을 느낀다. 목덜미에 풍성하게 자라던 털이 한번 빠지면 잘 자라질 않아서 속이 들여다보일 정도가 되었다. 그리고 과잉보호하는 아빠 때문에 밖에도 잘 못나가서 운동도 못했더니 더 늙는 거 같다.
 
엄마, 아빠가 모두 잠든 오늘 밤도 한가하게 밤하늘을 쳐다보고 있다. 추석이 다가온다는데 달은 생각보다 빨리 커지질 않는다. 간만에 아주 어릴 때 달을 쳐다보던 기억이 났다. 크고 하얀 달 속에서 엄마냥을 만나고 싶었는데... 그때는 한 번도 보이지 않은 엄마냥.
 
내 나이 12살, 그럼 엄마냥은? 살아는 있을까? 아니면 지난번 뉴스에 나온 고양이 공장의 엄마냥이들처럼 아직도 새끼를 낳는데 혹사당하고 있을까? 둘 중 어떤 것도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그냥 엄마냥, 그러지 말고 우리 딱 한번이라도 좋으니까 달 속에서 만나자.
 
엄마냥~ 그리움이 다 가기 전에 꼭 한번 만나자. 그럼 만나서 내가 엄마냥 항상 사랑하고 있다고 말할 거니까.
 
 
      
 
-----------냥집사의 심리상식-------
우리의 삶에서 특별한 사건이나 에피소드에 대한 기억은 이름, 숫자, 날짜, 사실들에 대한 의미기억과는 다른 뇌 영역에서 처리된다. 이 두 종류의 기억은 또한 옷의 단추 채우기나 뛰기 기술에 대한 순서기억과 구분된다. 뇌는 배운 것을 어떻게 기억할까?
 
인간의 기억을 다루는 학문을 인지심리학이라고 한다. 이것을 흔히 인간 정보처리론(human information processing)이라고 한다. 정보처리 모형의 각 단계는 다음 그림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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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기억(sensory store)에는 감각정보가 원래 모양 그대로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저장된다. 시각과 청각 감각기억에 관한 연구가 대부분이지만 모든 감각기관에 감각기억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감각기억은 형태 인식에 필요한 시간을 늘려준다고 할 수 있다.
 
감각기억에 저장된 정보의 정체를 형태인식(pattern recognition) 단계에서 밝혀내지 못하면 감각정보는 소멸되고 만다. 가령 자극의 모양을 기초로 그 자극을 ‘고양이’라는 동물, 혹은 ‘사랑’이라는 단어 등으로 분류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형태 인식은 기억 속에 저장된 정보를 활용함으로써 이루어진다.
 
우리가 마주치게 되는 수많은 자극형태 중에서 어느 것이 인식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여과기(filter)이다. 이것은 ‘주의’라고 하기도 하는데 여러 가지 형태가 동시에 인식 될 수 있고 소수만 기억되고 나머지는 즉시 망각된다고 학자들은 주장한다. 주의는 여과 단계 뿐 아니라 선별단계(selection stage)에도 나타나 있다. 여과기는 한 번에 인식될 수 있는 정보의 양을 제한하고, 선별단계는 기억에 저장될 수 있는 정보의 양을 제한한다.
 
기억은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으로 나뉜다. 단기기억(short-term memory: STM)은 정보의 양(최대용량)과 정보를 보관할 수 있는 기간(지속시간)은 한정되어 있다. 대부분 성인은 7개 정도는 쉽게 기억할 수 있다. 하지만 계속해서 되뇌지 않으면 금방 잊어버리게 된다. 단기기억에 적용되는 이 두 가지 제약은 장기기억(long-term memory: LTM)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정보를 장기기억에 보관할 수 있는 양은 거의 무한하며, 장기기억의 정보가 망각되는 일은 있다고 하더라도 매우 서서히 일어난다. 우리는 한때 기억력이 좋은 친구들이 학습성취가 높은 것을 부러워한 적이 한 번씩은 있을 것이다. 학습은 정보가 STM에서 LTM으로 전이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학습을 잘하려는 목표가 있다면 자주자주 외우라는 것이 학습개선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전문적인 단어와 잘 이해하기 힘든 절차에 따라 우리의 기억모형을 설명해보았다.
 
이제는 조금 흥미로운 질문들에 대한 답을 알아볼 차례이다. 인간에게만 있는 기억은 어떤 것일까? 그것은 ‘미래기억’이다. 미래기억이란 어떤 활동을 하면서 나중에 또 다른 한 가지 일을 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하는 것이다. 하지만 미래기억 즉 어떤 일을 하겠다는 의도를 마음속에 담아두는 것이 현재 하고 있는 일을 방해한다는 실험도 있으니 다가올 일도 중요하지만 현재의 일에 집중해보자.
 
또 하나 살펴볼 것은 철학적인 질문들이다. 본문의 글은 나의 사랑스러운 고양이 페리가 쓴 글처럼 꾸며 보았는데 이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인 것일까? 인간의 기억은 앞서 기술한대로 정말 저렇게 되는 것이 사실이기는 한 것일까?
 
기억과 상상 간의 본질적 관계에 대한 철학적 논의는 후설과 하이데거의 견해를 통해서 알아볼 수 있다. 어떤 기억도 기억 그 자체로 그대로 기억되지 않고 그 기억력의 제약성 때문에 망각 또는 왜곡을 겪을 수밖에 없으며, 상상력과의 연관을 피할 수 없다. 만약 인간이 모든 것을 다 기억에 저장한다면 어디서 새로운 경험의 가능성을 열 수 있을까? 오히려 인간은 망각하기 때문에 다양하고 새로운 유사기억들을 경험할 수 있다.
 
기억은 시간의 제한성 안에서 작용하는 한계가 있다. 반면 상상은 현실적이고 객관적인 시간의 흐름 속에 제약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우 자유로운 의식 활동이다. 이런 특성으로 상상과 기억은 대상을 실질적인 시간 속에 재현시키고 구체적 현실화에 결정적으로 기여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나의 고양이 페리는 내 꿈속에서 저렇게 글을 쓸 수도 있다는 상상은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일상적인 질문들에 대한 해답을 찾아보자. 술을 많이 마시고 이른바 ‘블랙아웃’이 되었다 ‘필름이 끊겼다’라는 것은 도대체 어떤 것일까? 기억이 안 난다는 말이 정답일까?
 
최근의 학자들의 견해는 다르다. 기억이 아예 저장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알콜은 진정제 역할을 하기 때문에 기억을 활성화하는 뇌의 부분을 진정시키고 아예 기억 자체가 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렇게까지 술을 먹지는 말자.
 
그리고 우리는 왜 집중이 안 될 때 초콜릿 같은 단 것이 먹고 싶은 것일까? 우리 뇌 속에는 포도당만 들어갈 수 있기 때문에 뇌의 보상 회로에 빨리 도달할 수 있는 단 음식을 찾는 것이다. 뇌만 생각해서 단 것을 먹고 싶은 대로 먹는다면 배가 점점 나올 수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자.

 
냥집사 앨리스는?
 
웹디자인을 전공해서 한동안 컴퓨터 작업을 하다가 귀농을 결심하고 귀농학교를 졸업했다. 그러나 고양이 두 마리를 마당에 풀어놓고 자유롭게 뛰어 놀게 해보자던 환상은 이루어지지 않고 텃밭 4년 만에 농사가 천직이 아님을 깨닫고 다시 도시로 돌아왔다.
 
우연히 자원봉사로 시작한 청소년 쉼터지기 생활을 하다가 삶의 근본적 물음에 대한 답을 찾고자 심리학을 본격적으로 전공하게 됐고, 현재는 상담관련 일을 하면서 대학원에서 심리학을 전공하고 있고 12살 된 두 마리 냥이 페리오드리의 집사로 성실하게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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