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tvN에서 방송된 ‘캐나다 체크인’ 방송이 심금을 울렸다. 반려견을 키우는 가정은 물론 대중의 마음까지도 움직였다. 대한민국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대형견들의 삶에 대해 생각해본 프로그램. ‘캐나다 체크인’ 방송은 유독 대형견 입양이 더욱 힘든 대한민국의 현실을 돌아보게 했다. 동물에 진심인 이효리가 출연해 한국에서 임시보호를 거쳐 캐나다에 정착한 대형견을 만나는 과정을 담은 ‘캐나다 체크인’. 이번 방송을 함께한 사단법인 웰컴독레스큐는 시청자의 반응을 이끌어냈다는 점을 환영하면서 조금이라도 대형견 입양에 대한 편견이 사라지길 희망한다고 전했다. 사단법인 웰컴독레스큐 이정수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대형견 입양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짚어본다.
Q. 독자 여러분께 인사 말씀 전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사단법인 웰컴독레스큐 이정수 대표입니다. 동물자유연대와 함께 대형견을 해외입양 보내고 있습니다.

Q. 최근에 방송된 tvN ‘캐나다 체크인’이 화제가 됐습니다.
방송에 나온 대형견 중에서 사단법인 웰컴독레스큐를 통해 캐나다로 입양된 아이들이 여럿 있었습니다. 캐나다에서 잘 지내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찡했습니다. 이효리 님이 해외입양된 아이들을 만나는 과정을 진솔하게 담아 시청자 여러분께 큰 감동을 드린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합니다.
Q. tvN ‘캐나다 체크인’이 큰 주목을 받은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반려동물 구조와 입양을 주제로 한 방송을 보면 내용이 다양하지 않습니다. 우울한 묘사가 많죠. 구조된 후에는 마치 장밋빛 미래가 있는 것처럼 보여 줍니다. 하지만 방송에 나오는 아이들이 전부는 아니죠. 예쁘거나 작은 아이들이 아닌, 큰 아이들 중 상당수는 구조된 후에도 목숨만 부지하며 살아갑니다. 이외에도 연예인들이 키우는 반려견이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는데 대중에게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합니다. 작은 소형견이 미디어에 수시로 노출되고 있어요. 누군가 예쁜 소형견을 데리고 방송에 나오면 입양이 급증하고 이후에 유기되는 사례가 증가합니다. 이러한 패턴이 우려스럽죠. 그래서 저는 중형견, 대형견 입양 활성화에 대해 ‘노예혁명과도 같다’라고 주장합니다. 미국 역사 초창기에 흑인이 받았던 대우를 생각해 보세요. 우리 사회에서 중형견, 대형견이 (소형견과 동등하게) 생명으로 인정받고 있나요. 중형견, 대형견 입양에 대해 대한민국은 여전히 불모지라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슈퍼스타 이효리 님이 출연한 tvN ‘캐나다 체크인’은 다른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효리 님처럼 인지도가 높고 파급력이 큰 연예인이 대형견과 교감하면서 감동을 받는 과정을 보여 주었죠. 이러한 방송이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꿀 수 있지 않을까요. 대형견에 대해 진지하게 토의하고 해외에 입양된 후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우리 사회도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요.

Q. 대형견의 해외입양이 활성화된 시기는?
최근 들어서 신종코로나19 사태가 완화되면서 해외입양 이동봉사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아이들이 비행기를 타기 힘들었어요. 봉사자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얘기도 있었고 불법이 아니라는 점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설명해야 했습니다. 이동봉사를 하겠다는 분이 있어도 마음을 바꾸기 일쑤였습니다. 힘들었지만 원칙대로 했습니다. 이동봉사로 외국에 간 아이들이 잘 살고 있는 모습을 계속 보여주면서 신뢰를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Q. 중형견, 대형견에 대한 시각은 어떻게 확대돼야 할까?
개농장, 열악한 상황에 처해 안락사 위기를 맞은 중형견, 대형견을 구조한 것에서 관심이 그칩니다. 저는 여기에서부터 의문을 가집니다. 과연 안락사를 면했다고 해서 그동물이 행복할까요. 안락사에서 동물을 구조했다고 해서 만족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이후 동물의 삶에 대해 생각해봤나요. tvN ‘캐나다 체크인’은 다양한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구조 이후 대형견의 삶에 대해 조명했습니다. 그래서 참 감사한 프로그램이죠. 그리고 아파트에서는 큰 개를 키울 수 없고, 큰 개에서 빠지는 털은 건강에 해롭다는 인식이 강합니다. 이것 또한 잘못됐습니다. 비염, 알레르기 환자가 아니라면 위생, 건강에 큰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Q. 국내에서 대형견 입양이 안 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개는 얻어오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시골에 가면 늘 개는 묶여서 집을 지켜야 하는 존재였습니다. 지금도 일부는 식용견으로 대합니다. 개농장 이슈가 과거에 비해서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것은 똑같습니다. 왜냐하면 저희가 구조할 수 있는 대형견은 한계가 있으니까요. 합법과 불법의 사각지대에 놓은 개 농장도 있죠. 아직까지도 ‘개식용 금지 법안’이 통과되지 않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 ‘개 식용 금지 법안’ 처리를 아직까지 하지 않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식용견 근절 인식이 강하게 뿌리 내리지 못했다고 봅니다.
Q. 개농장에서 구조된 대형견의 삶은 어떠한가?
매일 옆에 있던 친구들이 처참하게 죽어가던 모습을 목격한 아이들입니다. 사람에게 마음을 열기란 절대 쉽지 않겠죠. 아이들의 사회화 과정에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저희가 입양을 보낸 아이 중에 개농장에서 태어난 ‘행복이’가 있습니다. 구조 후 입양을 보내기까지 무려 4년 반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훈련을 받고 위탁소에서 지내며 사회화를 끝낸 후 지금은 매우 행복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개농장에서 아이들이 구조됐다는 소식을 들으셨다면 끝까지 관심을 가져 주세요. 그 아이들이 치료와 사회화 교육을 잘 받아 입양까지 됐는지 관심을 가져 주세요.
Q. 대형견 입양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할 수 있는 일은?
식용금지 정책이 가장 중요하겠죠. 대형견을 해외로 입양 보내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비용, 시간, 타이밍 모든 것이 다 맞아야 하죠. 그래서 하루빨리 국내 입양이 정착돼야 합니다. 요즘 지자체가 운영하는 보호소가 많은데, 저희처럼 사단법인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일반인이 보호소를 통해 입양할 때는 지원이 있습니다. 반면 보호소가 사단법인에 기증할 때는 지원이 전무할 때가 많습니다. 안락사 비용을 접종비로 사용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접종하면 살 수 있는 아이들이 안락사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단 뜻이죠. 어디서부터 바뀌어야 할지 참 막막합니다.
Q. 반려동물 산업이 커지면서 기부에 관심이 생긴 기업에게 하고 싶은 말은?
대형견을 입양 보내는 시스템을 꾸준하게 지원하는 기업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작지만 큰 흐름으로 변할 수 있습니다. 해외입양 전문가가 모인 사단법인 웰컴독레스큐도 봉사자에게 크게 의지합니다. 구조된 대형견을 치료하고 사회화하는 전문 인력과 시스템이 절실합니다. 기업이 해외입양을 꾸준히 추진한다면 중형견, 대형견에 대한 인식은 분명히 달라질 것입니다. 기업에서 상황이 된다면 인력을 후원해주길 바랍니다. 해외입양은 코디네이터 역할이 중요합니다. 역량이 있는 코디네이터 1명이 있다면 1달에 10마리가 살 수 있습니다. 해외입양 전문 코디네이터가 가장 절실하며, 기업이 관심을 가져주길 바랍니다.
Q. 요즘 해외입양 이동봉사를 하는 분들이 많은데?
대형견을 해외에 입양보내기 위해 이동봉사자는 시간을 할애해야 해요. 서류 검사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그래도 이동봉사를 다녀오신 분들은 한결같이 “제가 더 감사해요. 다음에 또 기회가 되면 하고 싶습니다”라고 말씀하세요. 외국 공항에서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도 괜찮다고 하시죠. 예전보다 더 좋아졌습니다.
Q. 한국애견신문은 대한민국의 동물과 사람을 위한 바른 목소리를 내는 언론사입니다. 독자 여러분께 메시지를 전한다면.
현명한 도네이션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불쌍한 아이들을 구조해 입양을 보내기까지 신경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이 치료를 받고 사회화 과정을 거쳐 가족을 만나고, 행복한 견생을 누릴 때까지 관심을 가져 주세요. 중형견, 대형견은 구조됐더라도 눈에 띄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그게 한국의 현실이죠. 온도 차이, 시각 차이가 큽니다. 중형견, 대형견, 진도믹스견이 생명을 인정받는 그날이 하루빨리 오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