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 스키, 바이크, 다이빙 등의 익스트림한 스포츠에 전문 자격증까지 소지할 정도로 깊게 빠지던 이지영 대표,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는 단연 동물과 함께 교감하는 승마였다. 승마장을 제집처럼 드나들며 자란 승마인 이지영 대표에게 말과 개는 아무런 차이가 없는 그저 똑같이 사랑스러운 동물이다. 실제로 월리가 생활하는 승마장에는 리트리버 ‘망고‘와 고양이 ’츄츄‘가 있고 월리랑은 서로 그루밍하는 사이.
월리가 한 살이 되던 작년, 취지가 이롭다며 (주)삼화식품, (주)아이엘에스에이 기업이 압구정 아라치라운지에서 돌잔치를 열어 주기도 했다. 진행자와 공연자까지 삽시간에 이루어진 재능기부에 결과적으로 150명 정도의 인플루언서들이 참석한 성대한 생일잔치가 되었으니 ‘스타’ 월리의 위력을 증명한 셈이다. 월리는 돌잡이 물건으로 진열된 돌반지와 돈, 말 인형, 청진기, 유튜브 실버 버튼 중 청진기를 선택했단다.
원체 활동적이고 에너지가 넘쳐 봉사 활동도 익스트림하게 하던 이지영 대표는 그런 월리의 힘을 좋은 일에 쓰고 싶었다고 전한다. 월리와 함께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고,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싶은 ‘월리테라피’ 이지영 대표의 포부를 들어본다.

Q. 한국애견신문 독자 여러분에게 인사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월리테라피 대표이자 작은 말 ‘월리’ 마주 이지영입니다.
Q. 스타마 ‘월리’ 소개를 빼고 지나갈 수 없을 것 같아요.
월리는 팔라벨라종으로 세계에서 가장 작은 말인 아르헨티나 품종으로 해외에서는 주로 반려마로 길러집니다.
월리의 엄마는 네덜란드, 아빠는 미국 국적으로 월리는 두 살짜리 남자 아이랍니다. 사람 나이로 치면 6살 정도라 지금 말춘기가 와서 말을 좀 안들어요. 하하. 어서 여자친구를 만들어줘야 하는데 워낙 작다보니 짝을 만나기 쉽지 않네요.
월리가 리트리버 같은 대형견 정도의 체구이다보니 큰 말 용품은 맞지 않아서 수시로 펫쇼에 나가 공부도 하고 대형견 용품을 사용하고 있어요. 덕분에 현재는 애견 용품 모델 활동까지 하고 있답니다.
Q. 반려인구 1,500만 시대라지만 ‘반려마’는 정말 희귀합니다.
저는 승마인 이지영으로 활동하며 방송, 모델, 지도자, 선수, 심판, 승마복 사업 등 다양한 활동을 해왔습니다. 저에게 승마장은 집과 같이 편안한 장소라 여느 때면 말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요.
그러던 어느날 소방관·경찰관 분들이 마사회에서 재활승마 프로그램을 지원 받아 트라우마 치료를 오신 적이 있어요. 그런데 막상 큰 말을 보고 무서워 가까이 가지 못하시는 걸 보고, 작은 말이 있다면 다가가기도 쉽고 꼭 기승을 하지 않아도 치유 활동이 극대화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시 함께 지내던 고령의 할머니께서 치매가 심해지셔서 어떻게 하면 이 소중한 남은 시간을 더 의미있게 보낼 수 있을까 하던 고민과 맞물려 할머니를 위한 홀스테라피를 결심하고, 작은 말 월리를 가족으로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Q. 월리와의 첫만남은 어땠나요?
사실 월리를 처음 만났을 때는 작고 귀여운 생김새와 다르게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 상태여서 뒷발 차고 도망가기 바빴답니다. 많은 시간을 함께하며 자연스럽게 순치되었고 지금은 매우 온순하고 사람과 친화적이에요. 느릿느릿한 성격이 할머니와 걸을 땐 꼭 할아버지 같아요.

Q. 월리도 기분 좋을 때, 좋지 않을 때의 표현을 하나요?
기분이 좋으면 인형을 갖고 놀다 제게 다가와 얼굴로 저를 톡톡 치며 놀아 달라고 앞발을 긁어요. 제가 당근을 줄 듯 말 듯 장난치면 귀를 뒤로 바짝 젖혀 기분 나쁜 표현을 하는데, 제 눈에는 모든게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워요.
Q. 강아지나 고양이 집사들은 쉽게 상상하지 못할 어려움도 있을 것 같아요.
말은 하루 종일 풀을 먹는 동물이기에 하루에 대변을 10번 이상 본답니다. 하하. 대신 초식동물이라 냄새는 많이 안나요. 심지어 약으로 쓰여 사가시거나 거름으로 얻어가시는 분들도 계세요.
Q. 월리의 하루 루틴은 어떻게 될까요?
승마장 관리사님께서 월리를 예뻐해 주셔서 매일 새벽 건초, 사료, 영양제와 함께 당근을 손수 다듬어 주세요. 마방에서 아침을 먹고 폭신한 톱밥에 뒹굴며 쉬다가, 제가 승마장에 도착하면 건강을 위해 대마장에서 함께 걷고 뛰는 규칙적인 운동을 한시간씩 하고 있습니다. 스케줄이 있는 날에는 월리를 위해 특별히 개조된 안전한 차를 타고 이동 후, 일정이 끝나면 월리의 별장이 있는 300평 규모의 넓은 잔디밭에 방목해 마음껏 풀도 먹고, 햇빛과 바람 같은 자연을 느끼도록 해주고 있어요.
Q. 월리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월리는 할머니와 당근을 제일 좋아해요. 할머니가 당근을 줄 때 제일 행복해한답니다.
Q. 구독자가 거의 3천명이 되어가는 유튜브 ‘월리테라피’ 채널의 시작도 편찮으신 할머니 때문이었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제 동물 매개 치유 봉사의 첫 단추가 치매를 앓고계신 할머니셔요.
고령화 시대에 치매는 우리 모두가 외면해선 안 될 피할 수 없는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치매환자는 인지기능이 떨어져 각종 돌발행동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보호자가 항상 환자 곁에 있어야 하는 것이 기본인데, 그런 보호자들의 평균 연령도 4-50대 중장년이 많은 실정이다 보니 간병을 하다 보면 몸과 정신이 망가지기 쉬워요.
저도 직접 치매 할머니를 모시며 겪는 다양한 어려움이 있었는데요. 어느 날 천상병 시인의 ‘귀천’ 이라는 시를 읽고 변환점이 되어 우리 할머니는 다시 어린아이가 되어 소풍을 오신거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시각으로 할머니를 바라보니 마음이 한결 가볍고 오히려 관계가 더 돈독해졌어요.
이러한 경험을 컨텐츠로 만들어 간접적으로나마 공유함으로써 사람들이 가족의 치매를 겪게 되었을 때 크게 당황하거나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기보다 조금이라도 더 부드럽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데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유튜브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현재 우리 할머니는 가족과 함께 99세 생신을 맞이하셨고, 일주일에 한 번 씩 월리를 만나며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계십니다.

Q. 궁금해 할 독자들을 대신해 묻습니다. ‘월리테라피’란 무엇인가요?
월리테라피는 동물 매개 치유 프로그램으로 사람과 말 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심리적, 정서적, 물리적인 치유를 이루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말은 소통, 신뢰, 존중, 책임감 등을 강조하는 동물이에요. 이러한 특성을 기반으로 사람과 상호작용을 하면 정서적인 안정감과 자아감 증진, 스트레스 감소 등의 효과를 나타납니다.
또한 경기도 화성에 위치한 세인트이콰인 승마클럽을 기반으로 전문적인 장애인 재활 승마 프로그램, 말과의 교감놀이 학습, 승마 체험을 통한 교육, 승마장 견학 체험등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영리 목적이 아닌 병원, 요양원, 장애인복지센터, 유치원 등 다양한 기관에 방문하며 지역 사회의 연결과 사회적 가치에 관점을 두고 운영하고 있어요.
Q. ‘동물 매개 치유’라는 개념이 생소한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좀 더 설명해주실 수 있을까요?
동물 매개 치유란 몸과 마음에 상처가 있는 사람들이 개, 고양이, 새 등의 도우미 동물들과 상호작용을 통해 정신적·신체적·사회적 기능을 회복하고 심신의 재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 치료 방법입니다. 저는 그중에서 말인 월리와 함께 홀스테라피 활동을 하고 있어요. 한국에서는 생소한 활동이지만 북미나 유럽권 등의 말 선진국에서는 보편화된 자연 치료 방법으로 의사의 처방을 통해 활용되기도 합니다.
간병에 지친 보호자들 또한 말의 크고 맑은 눈망울을 보며 위로와 치유를 받습니다.

Q. 최근 월리가 동대문구 명예홍보대사로 위촉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작고 ‘바쁜’ 말 월리는 홍보대사로써 어떤 활동을 하게 되나요?
동대문구는 아동·노인·장애인 친화 도시를 지향하는 곳이에요. 월리는 한국동물매개심리치료학회에서 ‘치료도우미동물’로 자격 인증까지 받은 특별한 아이라 앞으로 각종 장애인, 어린이를 위한 캠페인, 행사 등에 참여하게 됩니다. 또한 ‘말플루언서’로서 다양한 방송과 유튜브 등에 출현해 선한 영향력을 전파하여 많은 사람들이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자발적으로 동참하는 힘을 만들고 싶습니다.
Q. 오늘도 중랑천에서 ‘장애인의 날’ 행사에 참여하고 오시는 길이시죠?
말은 본래 걷고 뛰는 동물이잖아요. 그런데 월리가 장애인 걷기 대회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천천히 속도를 맞춰 걷는게 인상적이었어요. 장애인 분들도 천천히 자세를 낮춰 월리와 눈을 맞추고, 조심스러운 손길로 어루만지며 교감하셨죠. 너무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Q. 우리가 월리와 이지영 대표님을 만날 수 있는 행사가 또 언제 있을까요?
오는 어린이날을 맞아 5월 3일에 아픈 아이들과 지친 보호자를 위해 서울특별시 어린이병원에서 교감 치유 봉사가 예정되어 있고, 다음날인 4일에는 동대문구청에서 열리는 어린이날 기념 행사 또한 참여합니다.
Q. 유튜버이자 동물매개치료 활동가로써 월리와 함께 다니시며 작은 말 하나의 존재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즐겁게 할 수 있다는 점이 남다르게 다가오실 것 같아요.
유난히 힘들고 지치는 기분이 들 때, 유튜브로 동물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귀여움과 순수함 덕분에 힐링이 되는 경험 해보셨을텐데요. 그런 동물과 직접 교감한다면 더욱 정서적 안정과 신체적·정신적 고통이 줄어드는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거예요. 특별한 행동을 하지 않고 체온과 숨결을 느끼는 것만으로 치유가 되는 동물 매개 치료, ‘애니멀테라피(Animal therapy)’가 더욱 활성화 되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