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11-12(수)
 
  • 반려견 두 마리, 고양이 한 마리 가족을 둔 기자의 펫 칼럼

요 며칠 쌀쌀했던 가을 날씨가 잠시 아량을 베풀었는지 덥지도 춥지도 않은 청량한 온도의 어느 주말, 기자는 아라 김포 터미널로 향했다. 한국관광공사가 현대해양레저, 펫츠고 트래블과 개발한 반려견 동반 전용 크루즈 상품인 '경인아라뱃길 선셋 댕댕크루즈'를 시범 운항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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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반려견 동반 '댕댕크루즈'에 탑승한 포비, 반달이, 현식이가 크루즈 위에서 항해를 즐기고 있다. 견주들도 유유히 흐르는 강물과 석양을 감상하고 있다.

 

지난 9월 25일 시범 운영한 댕댕크루즈는 아라김포 여객터미널에서 출발해 아라빛섬에서 잠시 하선한 뒤 저무는 일몰을 관람하며 피크닉을 즐기고 회항하는 3시간 코스로 구성됐다. 2년 만에 여는 재운항이기도 했다.

 

아라 김포 터미널에 도착해 크루즈에 타고 나니 기자의 7살 반려견 뽀리가 '여긴 어디, 나는 누구'하는 표정으로 주변의 반려견 가족들을 멀뚱멀뚱 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생소했다. 사람과 반려견이 거진 반반 비율로 크루즈에 올라타 유유히 물살을 가르며 항해한다는 것이 반려견들을 위해 사람이 동반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현장이었지만 이상하게 반려견들만큼이나 들뜨고 설레보이는 견주들의 모습이(기자를 비롯) 꼭 누굴 위한 여행이라고 단정짓긴 힘들었다. 아무튼 반려견과의 크루즈 동반 여행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조금 꿈같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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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의 항해는 현대해양레저 대표의 인사와 함께 시작됐다. 1층에서는 다양한 공연과 이벤트가 진행됐으며 2층에서는 창문을 통해 아라뱃길을 볼 수 있는 공간과 반려견들이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됐다. 반려견과 사진을 찍기 원하는 견주들을 위해 기념 촬영도 진행됐다.


3층에서는 야외 공간이 함께 있어 반려견과 함께 크루즈 밖 풍경을 관람할 수 있었다. 4층 또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풍경을 즐기기 제격이었다. 인조 잔디로 구성된 한 가운데의 공간에서는 각각의 반려견들이 뛰놀며 첫 항해를 만끽했다. 


사회성이 부족한 기자의 반려견 뽀리 씨는 이곳저곳 냄새를 맡으며 흥분을 하다가도 먼저 반려견 친구가 인사를 건네오면 꽁무니를 내빼는 모습이 조금은 창피했다. 하지만 염려할 것 없이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것이 내 반려견의 특성이다.


댕댕크루즈 측이 강조한 것은 이곳에서만큼은 반려견들을 불편하게 만들지 말자는 것이다. 다소 크게 짖거나 갑작스럽게 용변을 보는 반려견들이 당연하게도 있었지만 강압적으로 야단치진 말자고 진행자는 당부했다. 용변을 보는 반려견을 주인도 눈치 채지 못한 틈에 어느새 서포터 분이 옆으로 와서 배변봉투로 치워주시려 한다. 다급히 놀라 주인이 치우는 것 또한 당연하고 훈훈한 광경이다. 이곳만큼은 반려 가족들을 위한 다양한 배려가 필수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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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들과 견주들이 즐거운 한 때를 보내고 있다.

야외엔 댕댕크루즈에서 증정한 돗자리를 깔고 반려견들과 함께 창 밖 너머의 물살을 구경하는 가족들로 가득했다. 취재임을 망각하기 딱 좋은 환경이었다. 어느새 기자는 반려견 뽀리를 안고 난관 너머의 유유히 흐르는 물결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이따금 뱃길 너머 산책을 나온 시민들이 손을 흔들어 인사를 건넸다. 나의 반려견은 이를 알기라도 하는 듯 턱을 난관에 걸치고, 무거운 자신의 무게는 주인에게 온통 내주고 풍경을 감상하는 것이다.


무려 한 시간을 항해해 아라빛섬에 도착했다. '시간이 참 빠르게 흐르네' 잠시 생각하며 주최 측에서 건넨 도시락을 받아 하선했다. 주어진 시간은 40여 분. 붉고 노란 서해안 일몰이 서서히 섞여 핑크빛으로 번지는 광경을 지정된 장소에 주저앉아 뽀리와 함께 바라봤다. 크루즈 안에선 얌전하더니 땅을 밟자마자 주변의 반려견들을 향해 짖는 것을 겨우 달래 조금 일찍 배로 돌아가려했다. 일몰이 지고 있었다. 이 순간만큼은 짖고 있는 반려견을 달래느라 진을 빼는 것이 지치지 않았다. 그래도, 같이 이렇게 왔다.


많은 반려 가족들이 반려 동물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소중하게 여기지만 가끔은 지칠 때가 있다. 기자는 세 마리의 반려 동물을 키우며 이따금 '오늘은 혼자 있고 싶어' 느낄 때가 있다. 귀여운 반려 동물이 함께 있자고 애교를 피우고 밥을 달라고 낑낑거리면 매일의 루틴임에도 가끔은 지치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것은 반려 가족의 필수 책임이며 핑계가 있어선 안 되지만 가끔은, 그냥 멍하니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정말 어쩔 수 없이 생기게 된다. 


반려견과 동반 여행에는 분명 장단점이 존재한다. 함께 풍경을 감상해야한다면 운전을 해야하고 복잡한 도로 위에서 갑작스럽게 용변을 보려하는 반려견을 걱정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댕댕크루즈는 함께 ‘힐링’이 가능했다. 크루즈 위 잔디에서 맘껏 뛰놀고 가끔 물결을 바라본다. 흐르는 물결을 보며 멍을 때리고 있노라면 잠시 모든 걸 잊고 자연의 한 부분이 될 수 있다. 그것을 반려견과 함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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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반려견 뽀리가 석양이 지는 모습을 함께 감상하고 있다.

미국의 뇌과학자 마커스 라이클 박사는 지난 2001년 뇌영상 장비를 통해 사람이 아무런 인지 활동을 하지 않을 때 활성화되는 뇌의 특정 부위를 알아낸 후 논문으로 발표한 바 있다. 박사에 의하면 뇌가 아무런 활동을 하지 않고, 멍하게 아무런 생각 없이 있을 때 집중력이 필요한 작업의 수행 능력이 오히려 올라간다는 결과였다. 뇌에 휴식을 줄 뿐 아니라 자기의식을 다듬는 활동을 하는 기회가 되며 평소에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 영감이나 문제 해결 능력을 주기 때문이라는 거다.


한참을 펜스에 기대 풍경을 감상하는데 7kg의 반려견을 안고 있는 손이 저려왔다. 문득 아차 싶었다. 4층 펜스 밑에는 3층의 갑판이 살짝 보였고 그 밑으로 물길이 그대로 보였기 때문이다. 혹여 반려견이 갑작스럽게 발버둥쳐 밑으로 떨어지게 된다는 생각을 하면 아찔했다. 아무래도 일반 크루즈다보니 안전 펜스가 쳐있지 않았다는 점을 그때서야 깨달았다. 견주들이 이따금 반려견을 안아 들고 펜스에 기대 서있는 모습은 흔했기에 당연히 괜찮을 거란 생각이었다. 아무래도 주최 측에서는 이 흐뭇한 광경을 제지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 생각된다. 기자도 한참을 그러고 있었으니 말이다. 시범 운항이 정기 운항으로 바뀐다면 분명 더 많은 안전의 중요성이 대두되리라. 첫 시범 운행인만큼 알아가는 과정이었으리라 생각되며 앞으론 펜스 위에서 반려견과 함께 서있을 때 적당한 거리에서 떨어져 관람하거나 실내 유리창을 통해 바라보는 것도 괜찮겠다.


3시간 여의 항해를 마치고 아라 김포 터미널에 도착하니 어느새 짙은 가을 밤의 향기가 물씬 풍겨왔다. 이색적인 펫 투어가 생길 때마다 반려 가족들의 설렘은 커져간다. 다음은 또 어떤 여행을 함께 갈까, 벌써부터 호기심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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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 투어 탐방] 국내 최초 반려견 동반 '댕댕크루즈', 아라뱃길을 항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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